KAIST 신기단 특허경비지원사업 실효

과학기술부가 올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기술창업지원단에 이관한 특허경비지원사업이 한정된 예산과 복잡한 평가절차 등으로 우수 신기술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정부출연연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출연연은 이번 사업 시행으로 신규 특허출원을 미루거나 보류하고 있으며 기존 특허 유지비용이 전혀 지원되지 않음에 따라 연간 2억∼3억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소가 보유한 국내외 우수기술이 특허로 보호받지 못한 채 사장될 위험이 크다는 출연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기원 신기단은 올 초 총 22억원의 예산을 과기부로부터 지원받아 전국 국공립 이공계 대학 및 정부출연연의 국내외 특허출원 및 등록, 유지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신기단의 특허경비지원사업은 올 6월이 돼서야 본격화된데다 까다로운 절차 등으로 정부출연연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출연연은 특허출원이 신속성을 유지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연구소에서 1차로 걸러진 출원건을 신기단에서 구성한 심의위원회 평가를 또 거쳐야 하는 등 장기간이 소요되는데다 이중 절차를 밟게 돼 연구원들이 특허출원을 꺼려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특허출원에 따른 경비지원 신청시 e메일 등을 이용토록 해 신중을 기해야 할 특허 보안에도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확연히 삭감된 기존 특허 유지비용과 국외출원비용도 정부출연연의 특허출원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화학연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44건의 특허를 221개국에 출원했으나 올해는 재원이 모자라 불과 11건의 특허를 72개국에 출원하는 데 그쳤으며 연간 2억원에 달하는 기존 특허 유지비를 기술료 수입에서 충당하고 있다.

생명연은 특허출원의 보안성을 문제로 8월 현재까지 KAIST의 특허경비지원사업에 단 한건도 출원신청을 하지 않았으며 총 3억원에 달하는 기존 특허 유지비용 마련을 위해 방안을 강구중이나 아직까지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기계연은 최근 산업재산권 관리요령을 마련, 5년 이상된 특허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과감히 정리할 방침을 세웠으나 이같은 논리가 계속될 경우 우수한 특허를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이들 출연연은 현행 제도가 기관별 특성을 무시한데다 재원 자체가 터무니없이 적고 특허를 보호할 수 있는 보안제도가 특별히 마련되지 않는 한 특허출원 기피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과기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는 그동안 실적위주의 특허출원현상을 막고 우수특허만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한 것』이라며 『다음달에 사업에 대한 중간평가를 실시, 제도를 보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