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위기극복 자구노력 박차

벤처기업들이 주식·금융시장의 장기냉각에 따른 전반적인 자본경색과 이로 인한 벤처위기론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벤처조정기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현 위기 돌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러 벤처기업들이 자발적인 협력체 결성과 전략적 제휴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의 연관성이 적은 이업종간에도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CEO모임=최근 테헤란로 벤처업계의 뚜렷한 현상은 벤처 최고경영책임자(CEO)들의 모임이다. 이달에만도 아파치커뮤니케이션 주도로 10여개 벤처기업이 모임을 갖고 상호협력을 약속했다. KTB네트워크·스틱IT벤처·한국기술투자 등 벤처캐피털이 운영하는 네트워크에도 투자기업과 일반 벤처CEO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서울벤처인큐베이터 입주기업 CEO들은 최근 잦은 모임을 통해 펀딩·정부지원책·해외진출·인수합병(M &A) 등을 공동 모색하고 있다.

「벤처위기는 곧 인큐베이팅업체의 위기」로 인식되면서 인큐베이팅업체 CEO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인큐베이팅업계를 대표하는 20여업체 CEO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현 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 협력체를 만들자는 데 1차적으로 합의하고 앞으로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위기에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공동마케팅=벤처조정기가 장기화되면서 벤처업계의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가 여러 벤처기업간 공동 마케팅이다. 최근에만도 미래성·엔웍스·한국홈TV인터넷·114닷컴·머니폰 등 7개 업체가 중국 진출을 위한 공동 마케팅에 합의했으며 사이버패트롤·리눅스시큐리티·핸디콤 등이 보안분야에서 공동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주목할 만한 것은 동종 또는 유사업종간의 마케팅 차원을 넘어 비즈니스가 전혀 다른 업체들까지도 협력체제를 구축,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공동 마케팅은 대부분 특정 지역에 강력한 휴먼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벤처컨설팅업체가 주관하는 경우가 많다.

◇지분교류와 M &A=신규 펀딩이 어려워지자 자금사정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벤처기업이나 기업가들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벤처기업의 신규증자 참여나 구주매수를 통한 자금수혈이 활발하다. 상황이 긴박한 경우는 아예 경영권을 포기, M &A를 스스로 원하는 사례까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금룡 옥션 사장은 『경영에 애로를 겪고 있는 닷컴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인수를 요구하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BM 개발=현 상황에서는 기술력이나 비즈니스모델(BM)이 특출나지 않은 경우는 펀딩이 어렵다고 판단, 수익기반이 좋은 새 BM 개발에 나서는 업체가 적지 않다. 이른바 펀딩용 BM 개발인 셈이다. 이에 따라 펀딩을 통해 업종을 전환하는 곳까지 나타나고 있다.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조정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더 이상 상황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