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정보통신 분야 벤처기업들이 관련 산업의 호황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굴뚝산업」으로 여겨지는 전자부품·소재분야에 늦깎이로 벤처 창업한 인물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4월 설립되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자리잡은 LCD관련 모듈·장비개발업체인 소프트픽셀 김한식 사장(52)이 그 주인공. 전자부품·소재 개발에 30년동안 매달려온 엔지니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그는 대다수 사람이 외면해온 부품·소재분야 기술발전에 큰 기여를 한 엔지니어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지난 8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92년까지 국방과학연구소 소재개발실장 등을 지내다가 같은해 전자부품연구원 창립 초기요원으로 합류해 부품연구원의 기틀을 다지는 데 공헌했다. 벤처 창업을 위해 퇴직하기 전까지는 연구개발본부장을 맡아 연구원의 중장기 연구개발계획을 수립, 추진했다.
『하드웨어, 특히 전자부품과 핵심소재 같은 제조업이 정보기술(IT)산업에 밀려 소위 굴뚝산업으로 치부되는 잘못된 인식에 대한 이유있는 저항이라고 보아 주길 바랍니다.』 안정적이고 편한 길을 마다하고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는 전자부품·소재분야 벤처 창업을 결심한 동기를 그는 이렇게 풀어나갔다.
30년간 국가 연구기관에서 부품·소재 연구개발에 종사한 엔지니어답게 그는 평소 국내 산업발전에 대해 지녀온 소신을 진지하게 드러냈다.
『제조업 기반 없는 지식정보산업은 실패하게 됩니다. IT산업이 성장할수록 핵심부품과 소재의 대외 의존도가 높아지는 이른바 수입유발 구조를 가진 우리 산업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핵심부품과 소재의 집중개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는 이 가운데 기술력부족에 대한 해결책은 국내 기술인들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기술을 갖고 있는 연구기관과 대학의 개발능력이 산업현장과 효과적으로 접목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간접적인 접목보다는 직접 기여가 훨씬 효율적입니다. 저는 산업현장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기술의 산업화를 촉진시키고 부품·소재산업은 더 이상 굴뚝산업이 아니라 산업발전의 기반이요 효자산업이라는 것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제2의 부품·소재개발 신화를 만들어가려는 김 사장의 원대한 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글=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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