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물꼬를 트자>상-지금이 적기다

「얼어붙은 벤처자금 시장은 언제 풀릴 것인가.」

현재 간헐적으로 대형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대다수의 벤처기업들은 여전히 돈가뭄에 목이 말라 있다. 현대사태가 금융경색 해소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잔뜩 기대했으나 벤처금융 시장에는 별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벤처기업들이 자본경색으로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어느 정도 돈의 물꼬를 벤처로 돌릴 때가 됐다. 벤처투자 시장을 회복하기 위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3회에 걸쳐 제시한다. 편집자

지난해 10월 창업한 신생 창투사 테크노캐피탈(대표 심항섭). 이 회사는 벤처투자가 절정기로 치닫던 지난해 말 벤처투자 대열에 합류, 그동안 소극적인 투자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벤처조정이 장기화되면서 최근에는 공격적인 투자로 방향을 바꿨다. 100억원의 증자와 100억원의 신규 벤처펀드를 조성, 소위 「총알」이 많아진 탓도 있지만 바로 「지금이 투자하기 가장 적당한 시기」라는 심 사장의 상황판단 때문이다.

벤처조정기가 반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다수의 벤처투자회사들이 거의 일손을 놓은 상태지만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하고 신규투자를 오히려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벤처캐피털이 결코 적지 않다. 물론 이같은 부류의 벤처캐피털들은 대개 자금사정이 좋은 업체지만 자금형편이 괜찮다고 다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벤처캐피털업계에서 바라보는 현재의 상황은 대략 두 부류로 압축된다. 자금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필요로 하지만 앞으로 더 조정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당분간은 투자를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쪽과, 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어 투자대상기업의 할증(프리미엄)이 바닥권까지 임박해 지금이 투자하기에 가장 유리한 때라는 쪽이 그것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투자를 자제하겠다는 부류가 반대쪽 부류보다는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부 벤처캐피털업체를 중심으로 투자를 하고 싶어도 자금이 없어서 못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젠 어느 정도 투자를 재개해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낙관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아직은 현대사태의 불씨가 남아있고 금융불안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최소 1∼2년 후를 바라보는 벤처캐피털의 특성상 코스닥이 2년 이상의 장기불황의 늪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지금 투자하는 것이 논리에 맞는다는 의미다.

특히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인수합병(M &A)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 코스닥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투자회수가 가능해진데다 정부가 벤처산업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재천명하고 나선 것도 분위기 반전에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은 『지난 4월부터 조정기가 계속돼 이제는 벤처기업들의 거품이 많이 빠져 합리적인 선에서 투자가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투자패턴을 잃지 않는 소신있는 투자로 정평이 난 LG벤처투자 김영준 사장은 『좋은 기업이라면 시장환경을 감안하지 않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벤처캐피털의 기본』이라며 『지난 1년동안의 벤처붐 조성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던 벤처기업의 가치가 이제는 많이 현실화돼 투자가로서는 지금이 좋은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