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온라인(AOL)과 시스코시스템스·e베이·야후….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국 신경제를 이끌고 있는 회사들이다. 이들이 최근 무대 위에서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면, 무대 뒤에서 이들의 배역을 정하고 연기를 감독하는 사람들도 있다.
창업자들이 제일 먼저 찾아가는 벤처 캐피털리스트(VC)가 바로 그들이다. 비즈니스위크(http://www.businessweek.com) 최근호는 유망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VC의 세계를 다뤄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시그마 파트너스의 로버트 다볼리 수석 심사역(52)을 소개한 기사에서는 최근 미국 벤처캐피털업계가 돌아가는 상황까지 이해할 수 있다. 지난 95년부터 벤처캐피털업계에 투신한 다볼리가 그동안 벤처기업에 제공한 종자돈은 약 4500만 달러로, 이 돈은 현재 20억 달러로 불어났다.
가장 최근(6월30일) 나스닥에 상장시킨 저장장치관리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스토리지네트웍스에 1200만 달러를 투자했던 것이 7억 달러로 불어난 것을 비롯해 비그네트(온라인 콘텐츠 관리용 소프트웨어), ISS 그룹(보안), 베르사타(전자상거래) 등도 모두 그에게 50∼100배에 달하는 투자수익을 안겨줬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영광이다. 다볼리 심사역도 최근 전 세계적인 첨단기술주가 폭락사태에는 속수무책이라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한다. 올 상반기에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했던 5개 회사 중 한 곳만 계획대로 나스닥 입성에 성공했고 나머지는 모두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라는 것.
원래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다볼리 심사역이 그동안 럭비공처럼 좌충우돌했던 인생유전도 흥미롭다. 그는 마인 주에 있는 리커 대학(역사학)에 다닐 때만 해도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반전 운동에 심취했다.
다볼리 심사역은 그 후 유치원 보모와 공립학교에서 하루 40달러를 받는 보조교사 등을 거쳐 지난 81년 엔지니어링 장비회사인 스톤 앤드 웹스터에 취직하면서 정보통신(IT) 업계와 첫 인연을 맺는다. 『어떤 일이든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볼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타고난 승부사』라는 것이 동료들의 중평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