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냉장고 등 백색가전 수출 급증

에어컨·냉장고를 중심으로 백색가전 수출이 근래 보기드문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에 따르면 올들어 에어컨·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 등 백색가전 제품의 수출이 품목별로 50%에서 최고 100% 가까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백색가전 제품의 내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수출 주문이 급증함에 따라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는 등 백색가전 사업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그동안 가전제품 수출을 주도해온 컬러TV와 VCR의 수출이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낸 데 반해 백색가전 품목 중에서도 에어컨과 냉장고의 수출은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 수출 주력제품군이 영상기기에서 냉동공조기기로 바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처럼 백색가전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기존 제품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키는 등 신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중동·중남미 등 신규시장 개척을 통해 수출지역을 다변화해온 결과로 분석된다.

또 가전 3사가 최근 경쟁적으로 출시한 디지털에어컨·디지털냉장고·디지털세탁기 등 디지털 백색가전 제품이 해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앞으로도 백색가전 수출 증가세가 더욱 가속화하면서 전자제품 수출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LG전자(대표 구자홍)는 백색가전부문(디지털 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에서 올 상반기에 1조2800억원을 수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900억원보다 31% 늘어난 수출신장률을 달성했다.

이같은 수출신장률은 전체 수출신장률보다 무려 10%포인트 높은 수치로 백색가전 수출이 전자제품 수출 증대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기간에 에어컨은 2400억원 정도 수출돼 지난해 같은 기간(1400억원)보다 무려 1000억원 정도 늘어나 광스토리지 및 완전평면제품과 함께 3대 수출 주력품목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냉장고도 이 기간에 1350억원 정도 수출돼 지난해 같은 기간(800억원)보다 무려 60% 이상 수출이 급증, 에어컨과 냉장고를 합친 냉동공조기기의 수출신장률이 평균 60%를 웃돌았다.

LG전자측은 하반기들어서도 냉장고·에어컨·세탁기를 중심으로 해외 주문이 계속 늘고 있어 연말까지 백색가전부문의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도 백색가전부문에서 올 상반기에 8700억원을 수출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6600억원보다 31% 이상 늘어난 수출신장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높은 수출증가세에 힘입어 내수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백색가전사업 전체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이나마 끌어올릴 수 있었다.

특히 에어컨과 냉장고를 합친 냉동공조기기 수출은 5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2500억원)보다 무려 100% 가까이 폭증하면서 이미 지난해 전체수출액을 상회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여세를 몰아 하반기에도 기능을 강화한 디지털 냉장고와 에어컨을 새로 출시하는 등 냉동공조기기를 디지털TV 등 영상기기 제품과 함께 수출 전략품목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대우전자(대표 장기형)도 디지털냉장고와 디지털세탁기를 중심으로 내수는 물론 수출주문이 큰 폭으로 늘어 백색가전을 생산하는 광주공장의 전라인을 풀가동하고 하루 4시간씩 잔업을 해나가고 있다.

특히 디지털냉장고의 경우 유럽·중동·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물량이 증가해 상반기에만 이집트에 20만대를 수출하는 등 연말까지 수출이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대만 등 해외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디지털세탁기도 지난 한달간 수출 10만대를 포함해 총 12만대를 생산, 지난 85년 공장가동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수출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