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 한컴 매각 당분간 어려울 듯

이달 말까지 처리될 것으로 알려진 메디슨의 한컴지분이 잇따른 매수협상 결렬로 차질을 빚고 있다.

메디슨은 지난 6월 단기부채 탕감을 위해 자사 및 계열사와 무한창투 조합을 통해 보유중인 한컴 지분 900만주를 빠르면 이달 말까지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시장에 매각된 지분은 100만주 정도며 장외 매각키로 한 지분 800만주는 새 주인이 결정되지 못한 상태.

메디슨이 당초 제시했던 매각시점인 8월 말이 다가왔고 또 22일부터 장내매각도 가능해져 증시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다.

◇과정=메디슨은 1500억원에 이르는 차입금을 탕감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한컴지분 매각을 검토했다. 지난 6월 한국기업평가가 메디슨의 차입금 문제로 신용등급을 하향하자 이민화 회장은 한컴지분을 서둘러 매각키로 했다.

당시 매각규모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500억원을 상회했다. 이에 따라 한컴 매각 대상으로 인터넷 사업 진출을 희망했던 SK텔레콤이 가장 유력한 대상으로 꼽혔다. 메디슨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무선인터넷 사업과 관련해 한컴 인수를 희망해 구체적인 논의가 오갔으나 가격문제 등으로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고 말했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SK텔레콤은 1500억원에서 2000억원에 자금을 IMT2000에 집중하기 위해 한컴 인수를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SK텔레콤과 인수협상 결렬 후 메디슨은 벤처업체 중 현금 보유비중이 높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새롬기술에 인수의사를 타진했으나 다음과 새롬은 회사사정 등을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지연 원인=한컴 지분매각 협상 결렬의 표면적인 이유는 증시상황 악화에 따른 자금난이다. 그러나 이는 한컴 인수로 볼 수 있는 시너지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한컴 인수 대상으로 나섰던 회사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한컴보다는 한컴의 자회사인 하늘사랑·네띠앙 등의 인터넷 업체들이지만 이들은 사실상 독립된 회사』라며 『20%에 불과한 지분으로 한컴 자회사에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망=메디슨은 「장외매각」 「한컴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에 매각」이라는 원칙을 갖고 올해 말까지 한컴지분을 매각할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들은 한컴지분 매각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메디슨의 한컴지분 참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대항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은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강력한 매각대상인 SK텔레콤과 협상이 거의 결렬됐고 e삼성도 최근 재벌규제 여파로 당분간 전면에 나서기 힘들다. 새롬기술·다음 등도 사실상 매수에 나서지 않을 계획이며 현금 보유비중이 높은 벤처기업들도 최근에 불어닥친 「벤처한파」 때문에 투자보다는 현금유지를 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한컴 주가가 1만2000원대로 주당 매각희망가 2만원을 크게 밑도는 것도 부담이다. 메디슨측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말하지만 한컴지분 매각이 자금난 때문에 시도된 것이어서 현 주가수준까지 협상가격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업계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