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제3시장>전문가 진단

비상장 법인들의 자금조달 창구로 출범한 호가중계시스템(제3시장)이 운영에 들어간 지 약 5개월이 흘렀다. 기대반 우려반으로 출발했던 제3시장은 지정업체 수가 110개를 돌파할 정도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그 기능과 제도에 대해서는 허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정요건과 거래방식, 투자자들의 요구와 정부의 입장이 각기 달라 혼선을 빚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5인의 전문가들로부터 제3시장의 취지와 현황, 개선방향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제3시장이라고도 불리는 장외호가 중개시스템의 가장 큰 기능은 유동성과 환금성 그리고 투명성의 제공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제3시장은 시장개설 목적에도 명시된 것처럼 거래소의 상장요건이나 코스닥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제도권 시장에 곧바로 진입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상장·등록이 폐지된 주식들에 대해 거래기회와 가격정보를 제공해주는 시장이다.

무엇보다도 제도권 시장과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는 장외호가 중개시스템에 참여하는 투자자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엄밀히 말해 장외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제3시장의 참여자는 넓은 의미에서의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이 아니다. 특정의 지정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참여자들로 구성된 극히 제한된 시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호가중개시스템 참여기업의 대부분이 인터넷 공모기업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호가중개시스템은 이들 인터넷공모를 통한 투자자들의 환금성부족을 어느 정도 해결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나타난 문제점을 가지고 제3시장에 대한 성급한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가격제한폭의 폐지, 상대매매체결방식 및 양도소득세의 부과 등 보수적 시장운용장치를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것 같다. 상대매매방식과 더불어 가격제한폭이 없음으로 인해 일부 담합 및 투기적인 경향이 나타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가격제한폭의 폐지는 시장의 투기적인 거래를 방지함으로써 제3시장의 경우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더 많은 제도다.

장외호가 중개시스템에서 가격제한폭을 설정함으로써 이상매매가 없어지리라는 주장이 오히려 성급한 기대라고 볼 수 있다. 상대매매시스템의 유지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상대매매에 따른 가격의 조작가능성과 투기성향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제3시장 거래종목에 대한 전문 증권사의 시장조성기능이 이를 보완해줄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이지만 터무니없는 호가도 제어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증권회사의 참여는 자발적이어야 하며 제3시장 종목거래에 따른 유인책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등락률이 높고 시장조성 기능이 부재한 상태에서 초단기매매투자(데이트레이딩)의 허용은 시스템의 투기성을 오히려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한편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정기업의 수가 꾸준히 증가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좋은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제3시장 공시업무 세부운영지침이 마련된 이후에 증가하고 있는 협조공시의 지속적인 증가는 지정기업들의 자발적인 공시참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시장의 효율성을 그만큼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현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아직 지켜봐야 할 때다. 지나친 기대나 비관을 삼가고 좀 더 신중하게 제3시장의 순기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을 시점이다.

◇신근영 3시장 협의회 회장(소프트랜드 대표이사)

제3시장은 출범 4개월이 지났지만 당초 설립 취지였던 중소기업 자금조달 창구로서의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원천적인 문제를 갖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우선 양도소득세 부과가 가장 대표적이다.

제3시장에서의 거래는 양도소득세 세원확보를 위해 필히 국세청과의 자료공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국세청으로의 자료 이전은 금융실명제에 저촉되기 때문에 현재 주식거래에 대해서는 자진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제3시장에서의 거래는 곧바로 국세청으로의 자료이전으로 생각하게 되고 세원노출을 꺼리는 일반투자자들의 시장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

또 퇴출기업과 신생기업을 뒤섞어 놓음으로써 일반투자자들의 제3시장 진입을 더욱 꺼리게 만들고 있다. 제3시장에 지정된 퇴출기업과 신생기업을 구분할 줄 아는 투자자가 극히 적을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호가중계시스템 방식도 여러차례 지적됐듯이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렇듯 여러 문제점을 내포한 제3시장은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한대로 시장 개장 초기부터 심각한 침체상태에 빠져있으며 요즘들어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대폭락으로 그 분위기는 더욱 냉랭하게 변했다.

그러나 8월 1일을 기준으로 제3시장은 이미 107개의 기업이 지정됐고 주주가 기업당 500명에서 최대 5000명이 넘는 기업도 생겨나 대충 잡아도 벌써 5만명 이상의 투자자가 제3시장에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좋든 싫든 투자자 5만명이 넘는 비상장 주식거래 시장이 생겼고 12월말까지 300개가 넘는 기업이 지정받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말까지 단순 산술적으로 봐도 20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 당국도 인력 및 예산의 부족을 이유로 제3시장에 대한 간섭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며 이를 단순히 시장이 아니라 호가중계시스템이라는 말로써 그 책임을 회피할 수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라도 제3시장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진입을 권유할 것이며 제3시장 지정 기업의 심사제도 및 공시제도의 강화 등을 통해 제3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

◇전현식 LG투자증권 제3시장 분석팀장

제3시장의 침체요인은 크게 제도적인 요인과 시장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제3시장이 4개월 가까이 운영되면서 지정기업 협의회와 관련 업계에서 계속적으로 지적해왔던 거래제도상의 문제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지정기업주식의 가격대, 유동성 제약 등 시장요인이 제3시장 침체의 요인인 것이다.

제도적 요인으로는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가격제한폭이 없는 상대매매에 의한 거래방법, 당일 매매 금지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제3시장 개설목적이 장외·벤처기업 주식에 대한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된 기업들을 거래시키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었다는 사실에 기인하고 있으며 시장 개설 후 전혀 개선된 부분이 없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유동주식의 절대 부족으로 인한 유동성 위험, 지나치게 높게 형성된 주가에 대한 가격 부담, 제한된 기업정보 그리고 시장참가자에 대한 유인책 부족 등 시장 내적인 요인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종목이 대주주 지분이 60%대에 이르고 있다. 또한 지정기업의 주가수준도 액면가의 10∼20배에 이르고 있고 주가수익률(PER)도 50배 정도로 코스닥증권시장의 평균인 25배와 비교해 볼 때 고평가 상태에 있어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공시되는 정보나 기타 기업정보가 제한돼 있고, 지정기업에 대한 세제 혹은 코스닥등록 심사시의 메리트 부여 등의 유인책이 없다는 사실도 제3시장 침체요인 가운데 하나다.

관련업계에서는 시장개설과 함께 제3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증권업협회와 코스닥증권시장은 우량 장외기업들의 제3시장 진입을 유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마켓메이커 제도 도입을 통한 거래활성화 방안도 연구중이다.

유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경쟁매매로의 전환, 가격제한폭 도입, 양도소득세 인하, 양도소득 신고방법의 간소화 등 매매와 관련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제3시장 지정기업들이 코스닥등록을 할 경우 가산점을 부여한다든지, 법인세제상의 감면혜택을 준다든지 하는 지정기업들에 대한 유인책도 유통시장을 개선시키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동명 신한증권 제3시장팀장

당초 장외기업 주식에 유통의 기회를 열어줌으로써 환금성을 보장하고 엔젤투자자들을 활성화하겠다던 제3시장 개설취지는 지금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같은 3시장 침체에 대해 정부당국은 당국대로, 투자자들은 투자자대로, 지정기업들은 기업들대로 서로간의 불만만 무성하다.

먼저 정부당국은 투자대상으로 함량미달인 몇몇기업들을 단순히 통일주권과 감사보고서 제출이란 두가지 지정기준만으로 시장진입을 허용함으로써 시장참여자들에게 리스크만 큰 시장이란 인식을 갖게 했고 코스닥에서 퇴출된 기업들에 제3시장 진입을 허용함으로써 「3시장=쓰레기시장」이란 인식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줬다.

이 때문에 장외블루칩이라 할 수 있는 삼성SDS 등이 제3시장 신청을 미루게 함으로써 투자자들이 투자할 만한 대상을 찾기 힘든 시장이 됐다. 기업의 경우 특수관계인들은 공시제도와 같은 투자자보호장치가 타 시장과 비교해 다소 미흡한 점을 이용, 거래단가를 무시한 초저가의 신주인수권 발행이나 지정직전 대량의 유무상증자를 통해 주식가치를 희석화하는 등 신뢰를 상실케 하는 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

여기에 실적이 형편없는 기업이 1∼2년 후에는 수십배, 수백배의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뻥튀기를 하고 다녔다. 이러다보니 리스크는 크고 유동성도 부족하면서 수익도 없는 시장이 되고만 것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 시장이 발전하든 현재의 시장구조는 개선돼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최소한의 유동성이 보장되는 시장, 투자자가 보호되는 시장으로 말이다. 모든 것은 신뢰에서 구축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묵시적 동의고 보면 정부든 투자자든 기업이든 모두가 시장활성화의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맡은 바 임무(?)를 나름대로 충실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물꼬는 정부당국이 터주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투자자보호장치를 더 강화하고 특히 양도차익과세에 대한 시장간 불평등을 해소시켜줘야 한다. 물이 있어야 물고기도 살고 갈매기도 날 수 있다. 최근 유동성 강화를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마켓메이커제를 도입키로 했다는 점은 일단 정부가 사태를 뒤늦게나마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출발선상에 섰다는 느낌이다.

◇장성환 3S커뮤니케이션 사장

중소기업의 자금줄을 마련한다는 긍정적 목표로 시작한 제3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황을 보면 거래소·코스닥시장의 흔들림과 함께 위축된 투자자들의 심리가 제3시장으로 이어져 악재가 되풀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들게 한다.

제3시장의 문제점은 투자자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아주 최소한으로 국한돼 있어 투자자보호나 시장발전을 위한 제도적인 부분이 미흡하다는 데 원인이 있다.

제3시장이 개설되기 전부터 지적돼 왔던 가격제한폭의 부재와 상대매매로 인한 문제점이 실제로 거래가 시작되면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따라서 넓은 범위의 가격제한폭을 두는 방법과 오주문 방지를 위해 주문입력시 내역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의 보완도 시급해 이의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당국은 한국의 주식시장이 아직 제대로 틀이 잡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래소와 코스닥시장과는 달리 제3시장에서의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과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차익에 대해 최고 20%의 세금을 내야 하는 제3시장 제도에 대해 정부측은 정규시장이 아닌 중개시스템일 뿐이라는 단서로 모순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장외에서 얼마든지 음성거래를 할 수 있는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들인 원금의 개념에 거래세·소득세 등을 고려한 원금의 개념이 더해지므로 결과적으로는 제3시장에서 거래하는 것 자체가 비용이 많이 드는 셈이다. 제3시장은 거래량·거래대금으로 다른 시장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현재 제3시장에서는 주식거래에 대한 매출이 10억원 이상일 경우 매출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모든 지정기업들이 10억원 미만의 분량에 대해서만 거래지정을 받고 있어 거래량이 제도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셈이다.

거래종목과 시장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표준의 개념을 도입해야 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로 제3시장 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지수개발, 3시장 특성에 맞는 시황분석 매뉴얼 등이 속히 개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