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물꼬를 트자>(하)불신의 고리를 끊자

현재 벤처투자시장 냉각의 최대 원인을 꼽으라면 당연히 금융시장의 불안일 것이다. 투신권의 구조조정에서 비롯, 현대사태로 이어진 금융권의 불안으로 시중에 돈줄이 말라버린 탓이다. 코스닥시장 침체 지속의 원인도 「벤처거품론」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자본시장의 불안으로 돈이 주식시장으로 충분히 공급되지 못한 것이 더 크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벤처캐피털의 외부 자금조달, 즉 벤처펀드 결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벤처펀드의 젖줄인 은행·투신·증권·보험·종금·연기금 등 기관투가들은 물론 일반 법인, 개인투자자들이 선뜻 펀드에 출자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인해 많은 창투사들이 펀드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연히 투자위축으로 연쇄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중기청은 지난 상반기에 중소기업창업자금에서 1000억원을 할애, 30여 창투사를 선정해 민·관 매칭펀드 결성을 유도했으나 해당 창투사들이 민간부문의 자금을 모으지 못해 목표시점이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펀드를 결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창투사 선정시 적용했던 기준을 풀어주는 등 재원소진에 애를 먹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벤처에 배한 불신이 만연된 탓이다. 벤처거품론이 벤처조정론으로, 벤처조정론이 벤처위기론으로 확대되면서 벤처가 대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들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벤처기업에 의해 IMF체제로 다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 벤처자금조성 차질-벤처투자위축-벤처기업 경영난-벤처투자수익률 감소-재투자 부진이라는 빈곤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자본투자의 물길을 다시 벤처로 돌리기 위해서는 벤처에 대한 이같은 전반적인 불신의 고리를 끊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즉, 구조조정 과정에서 벤처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국 벤처산업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았으며 다가오는 신경제 시대의 핵심으로 「벤처는 이미 대세」라는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벤처거품론의 장본인으로 현재 벤처캐피털의 소외속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닷컴의 열기도 결코 식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수익모델이 탄탄하고 아이디어가 기발한 인터넷업체의 경우 아직도 고액·고배수의 펀딩이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벤처캐피털들은 인터넷 포트폴리오 구성의 기본 선상에 오르고 있다.

사회 전반에 만연된 벤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벤처국부론을 주창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변함없는 애정과 관심, 그리고 벤처캐피털업계 스스로 벤처비즈니스에 대한 확신을 갖고 투자를 재개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특히 산업의 트렌드와 기술력, 시장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벤처캐피털업체들의 벤처산업에 대한 믿음이 벤처투자의 물꼬를 되살리는 필요충분 조건이다.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현재는 정부, 투자기관, 국민들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벤처기업들조차도 국내 벤처비즈니스가 앞으로도 오래도록 유지,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부족한 상태』라며 『벤처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각계의 불신의 고리를 끊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