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3년 1월 설립된 이후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는 미래산업(대표 정문술 http://www.mirae.co.kr)이 내세우는 최대 강점중 하나는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e비즈니스」에서는 속도와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모든 권한은 해당 실무자들에게 주어져 있고 사장은 단지 밑에서 올라오는 결재에 서명을 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의사결정이 아주 빠르다.
정문술 사장 자신도 보고와 사전결재를 싫어한다. 사후결재를 권장한다. 따라서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결재를 받기 위해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 일이 없다. 연구비도 팀장의 책임하에 무제한으로쓸 수 있다. 부서에 따라서는 출퇴근 시간조차도 자유롭게 정해서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해 개개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직원 개개인의 경쟁력이 향상되면 회사의 경쟁력도 자연히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문술 사장의 기업경영 방식에도 디지털 경제시대에 걸맞은 경영 철학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최대 주주가 기업의 경영권을 가지던 기존의 아날로그 경제방식과는 달리 미래산업이나 인터넷 계열사의 네트워크는 지분구조에 구애받지 않고 각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마케팅·영업 활동을 공동으로 진행함으로써 시장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게다가 회사의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오너의 친인척이 회사 경영에 한 사람도 관여하고 있지 않은 것도 디지털 경제시대에서 미래산업이 갖고 있는 장점이다. 이 점은 정문술 사장이 철칙으로 내세울 만큼 완고하다. 때문에 회사내에서 능력 있는 사람이 인정받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미래산업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투명하고 열린 경영이 큰 밑거름이 됐다.
이같은 기업 분위기와 경영이 디지털 경제시대를 준비하는 미래산업의 파워다.
그리고 반도체 제조 장비를 전문으로 생산해오던 미래산업이 인터넷 서비스 및 보안 서비스 등 새로운 분야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토대가 됐다.
매출액 대비 평균 20% 정도의 R&D 비용을 사용하는 미래산업은 디지털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내벤처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연구원들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템을 가지고 오면 회사에서는 그것을 전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이렇게 준비해온 것들이 급변하는 디지털시대에 하나하나 결실을 맺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소프트포럼과 라이코스코리아다.
소프트포럼은 5년 전부터 사내에서 소프트웨어에 들어가는 암호를 개발하던 엔지니어들이 분사해 만든 회사로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총괄적인 보안 솔루션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라이코스코리아도 3년 전 회사내의 엔지니어가 검색 포털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사업을 준비해 왔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라이코스사와 합작해 라이코스코리아를 만들었다. 그리고 현재는 7300만의 페이지뷰와 580만명의 회원수를 기록하며 국내 포털 사이트 중에서 선두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특히 세계 라이코스의 협력사 중에서도 그 성장 속도가 가장 빨라 라이코스 본사에서도 라이코스코리아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아울러 미래산업은 반도체 테스트 핸들러를 생산하면서 축적한 기초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해 지난해 칩·부품 표면실장(SMD) 마운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사업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이미 올 상반기 매출액 중에서 칩 마운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0억원(55%)으로 전체 매출액(730억원)의 절반을 넘는 기대이상의 수확을 올렸다.
미래산업은 이러한 반도체 장비 및 인터넷 관련 분야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한 또 하나의 새로운 구도를 준비해 나가고 있다.
미래산업의 이니셜인 「M」자를 바탕으로 하는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와 멀티미디어(Multimedia) 등 두개의 사업부가 바로 그것이다.
메카트로닉스 사업부는 미래산업의 토대가 되는 반도체 생산 관련 장비와 TFT LCD 생산 관련 장비 산업을 강화할 뿐 아니라 SMD 마운터와 같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장비로 세계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지켜나간다는 목표다.
멀티미디어 사업부는 21세기 산업의 기본이 되는 인터넷이 중심이 되는 사업을 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성공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라이코스코리아와 소프트포럼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계열사를 확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내고 있다.
특히 미래산업은 2년 전부터 각 부서와 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구상에 들어갔다. 이른바 디지털 경제시대에서 앞서가기 위한 지식경영의 실천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지식관리시스템(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 구축을 위한 준비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먼저 2002년 가동을 목표로 올초 PDM(Project Data Management) 프로젝트 구축을 시작했다. 각 부서에서 나오는 데이터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지난 6월부터는 전사적자원관리(ERP) 구축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내년중으로 작업을 마치고 가동할 예정이다.
미래산업은 PDM과 ERP의 구축이 완성되면 지식관리시스템 체계를 제대로 갖춰서 자재나 발주·보유 현황뿐만 아니라 인사·재무·연구개발·생산 등을 하나의 통
합된 정보로 관리할 계획이다.
예컨대 한 직원이 어떤 프로젝트에서 무슨 자재를 사용했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어느 나라로 출장을 갔고 어떤 성과를 올렸는지 등의 세세한 내용을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회사 업무와 관련된 지식경영을 효과적으로 하겠다는 의도다.
미래산업이 현재까지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가꿔 나갈지 관심을 모으는 대목들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그림 1> 미래산업 본사전경 또는 연구개발 사진
<그림 2> 미래산업 e비즈니스 구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