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회-인터뷰;정문술 미래산업 사장

충남 천안시 외곽 천안2공단에 자리잡은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래산업 본사. 건물로 들어서면 왼쪽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사장실이 눈에 들어온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으레 있기 마련인 안락한 소파며 회의 책상조차 없다. 그저 책상과 의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어 썰렁하기 그지 없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스타일과 회사의 기업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이 사장실의 주인은 국내 벤처기업 1세대의 대부로 불리는 정문술 미래산업 사장(62).

미래산업은 지난해 인터넷 접속서비스(라이코스코리아)와 정보보안(소프트포럼)

등 신규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나스닥 상장을 성공시키는 등 「e비즈니스」시대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4년여 전부터 앞으로 인터넷시대가 열릴 것으로 봤습니다. 디지털 경제로 재편되는 산업사회의 흐름을 파악하고 적극 뛰어들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정 사장은 지금까지 반도체 장비사업과 인터넷사업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으로 미래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구조」를 들었다.

『미래산업은 의사결정이 아주 빠릅니다. 의사결정구조가 상향식입니다. 모든 권한을 해당 부서가 실질적으로 가지고 있고 나는 단지 밑에서 올라오는 사항이나 아이디어들에 대해 빠른 의사결정만 내리는 수준입니다. 소프트포럼과 라이코스코리아는 미래산업의 엔지니어 중 절반을 차지하던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연구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화하자는 것을 받아들여 바로 회사를 차린 겁니다.』

그는 미래산업이 한우물을 파지 않고 인터넷사업 등에 진출한 것에 대한 외부의 비판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다.

『살기 위해서 사업을 다각화한 것입니다. 테스트 핸들러에서 번 돈을 딴 데 투자해서 까먹거나 수익을 못올리면 욕을 먹겠으나 상당한 실적을 올리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까지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수긍할 수 없습니다. 이런 특기를 계속 키워야지 테스트 핸들러만 잡고 늙어야 하겠습니까.』

그는 가족이나 친척들을 회사에 한발짝도 못들이게 할 정도로 친족 경영을 철저

히 배제하고 있다.

『직원들과 동업자 정신을 가지고 창업을 했습니다. 동업이라는 게 같이 기업을 일으켜서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지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게 아닙니다. 이런 원칙은 대단히 평범하지만 지키기는 무척 어려웠습니다. 며느리 둘이 회사를 보고 싶어해도 못오게 했습니다. 작은 구멍이 둑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미래산업은 디지털 경제시대에 발맞춰 최근 「메카트로닉스」와 「멀티미디어」를 무기삼아 지속적인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정 사장은 신규사업도 중요하지만 테스트 핸들러와 칩 마운터 등 반도체 장비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생각이다.

『메모리 외에 로직(logic) 핸들러 부문을 강화해 나가고 새로운 칩 패키지 기술에 대응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특히 오랫동안 구상해온 반도체 테스트 시스

템을 우리 손으로 국산화할 작정입니다.』

정 사장은 자신을 모험적인 CEO라 했다.

『90년대초 반도체 테스트 핸들러를 처음 국산화하면서 고정관념을 깼듯이 나는 모험을 즐기고 미래지향적인 사람입니다. 기업은 계속 앞질러 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지켜봐달라』고 말하는 정 사장의 얼굴에 의욕과 자신감이 배어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