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게임배급사 중 하나인 인포그램이 한국지사 설립을 무려 6개월이나 미루자 업계는 「난산」의 조짐이 아니냐며 인포그램의 움직임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인포그램은 EA·아바스인터랙티브 등과 함께 세계 게임시장의 3대 메이저로 꼽히는 업체. 따라서 이 회사의 영업전략 변화는 세계 게임산업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다고 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당초 인포그램은 올 4월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한국지사를 설립, 연간 30∼40개의 타이틀을 직배하겠다는 계획을 비공식 채널을 통해 발표, 국내업계를 바짝 긴장시켰다. 인포그램이 지사를 설립해 직배에 나설 경우 그동안 이 회사의 작품을 라이선스해 판매해온 국내 배급사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포그램코리아는 본사의 후광을 업고 단숨에 시장점유율 1∼2위 업체로 부상, 업계판도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인포그램의 지사설립은 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지난 6월 중순까지 인포그램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업계 관계자들은 인포그램코리아의 설립계획이 무산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잇따라 쏟아냈다.
하지만 6월 중순 인포그램 멜버른지사의 아담 아크만 사장이 방한, 업계 관계자들과의 모임에서 『한국에 지사를 설립, 게임타이틀을 직배할 방침』이라고 지사 설립계획을 재확인함에 따라 업계는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포그램의 한국지사 설립 움직임은 어디에서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달 인포그램코리아의 한국지사장으로 내정됐던 한 관계자가 프랑스의 경쟁사인 UBI로 자리를 옮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포그램의 한국지사 설립계획이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인포그램이 한국시장 진출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포그램 호주의 줄리앙 화이트 이사를 비롯해 아태 담당 관계자를 만났으며 이들의 말을 통해 인포그램코리아의 지사장으로 내정됐던 래런 맥베스 매니저가 자리를 옮긴 것을 확인했으며 새로운 대한 전략을 짜기 위해 시장조사부터 다시 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이같은 관측의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는 이에 따라 인포그램이 △지사설립 및 직배 강행 △국내 영업지원을 위한 연락사무소 설립 △국내 총판 지정 △라이선스 배급에 의한 기존 영업형태 유지 등 4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장고중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인포그램의 한국지사 설립 계획의 실현 여부는 올해 말까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한편 인포그램의 이같은 한국시장 전략 선회 움직임이 포착되자 인포그램과의 제휴를 모색하려는 국내업체들의 「러브 콜」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W·K·E와 같은 중견 배급사와 신생업체인 E사가 인포그램 총판획득을 위한 제휴에 사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