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판기시장의 불황이 오래가고 있다. 지난 97년 1900억원대에 달했던 국내 자판기시장은 이후 2년 연속 큰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상반기에도 이같은 양상은 지속돼 연말까지 자판기의 수요는 5만5000여대, 1200억원 규모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손쉬운 부업거리로 인기를 끌던 자판기시장이 불황을 겪는 주요인은 주력상품인 음료자판기 보급이 포화상태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국자판기공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캔·커피 등 음료자판기시장은 지난해 3만2000여대, 16.5%의 판매감소세를 보여 90년대 들어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더구나 온음료자판기는 지금까지 44만여대가 보급돼 이제는 설치할 장소가 없을 정도로 과포화상태다. 이에 따라 남아도는 중고자판기 거래가 성행하는 상황도 온음료자판기의 판매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
자판기시장의 위축에는 음료업체의 투자축소도 한몫 했다.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은 98년 한해동안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펼쳐 무려 8000여대의 캔자판기를 구매, 전국에 설치했으나 지난해 이후 자판기 신규구매를 거의 중단하고 있다.
여기에 IMF때 부업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스티커자판기시장도 반짝특수로 끝난 점도 자판기시장의 불황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98년 5000여대(400억원)의 수요를 보였던 스티커자판기시장은 신규수요가 사라져 지난해에는 220여대로 급감했다.
자판기시장을 이끌 만한 주도제품이 나오지 못하는 것도 자판기시장의 불황을 오래 가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스티커자판기 돌풍을 이을 차세대 제품으로 음반·카세트자판기 등이 나왔으나 아직 시장에서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사무실 전용 소형커피자판기(OCS)와 음주측정자판기, 노래자판기 등이 새로운 수요를 일으키고 있으나 대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한국자판기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자판기 내수시장도 뚜렷한 호재가 없기 때문에 불황을 타개하려면 일본·미국 등 해외 자판기시장을 노리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