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주도권을 놓고 동북아시아 지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국·일본·대만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가 미국과 유럽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최대 생산지역으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이 진출 채비를 갖춰 반도체 맹주자리를 놓고 4국간 경쟁이 점차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관련기사 5면
이들 네 나라의 반도체 생산경쟁은 오는 2002년께를 전후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며 이들 나라의 역학관계에 따라 세계 반도체 생산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24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모토로라는 최근 중국정부의 승인을 얻어 총 19억달러를 들여 톈진에 반도체 및 통신기기 복합 전자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며, 인텔도 상하이에 둔 어셈블리 및 테스트공장을 현행보다 다섯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 공장은 이르면 2002년 초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어서 중국은 기존의 NEC·알카텔 등 자국내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한 외국업체의 증산을 포함해 주요 반도체 생산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에 한국은 삼성전자·현대전자·아남반도체·동부전자 등이 신규 라인을 건설하거나 기존 라인을 대폭 증설할 예정이다.
또 NEC·도시바·히타치·미쓰비시 등 일본업체들은 올해에만 9000억엔을 쏟아부어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플래시메모리를 비롯해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가전 및 통신기기용 칩의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TSMC·UMC·뱅가드 등 대만업체들도 저마다 수탁생산(파운드리) 및 D램공장의 증설과 12인치 웨이퍼 생산공장 건설 등 세계 반도체 생산대국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이 가세함으로써 동북아시아는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생산기지가 밀집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지역이 될 것』이라면서 『이들 동북아 4국간에도 생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생산물량 확대경쟁이 내년 이후 본격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관계자들은 특히 『중국의 반도체산업은 자체 시장만 해도 엄청나게 큰 데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육성정책에 힘입어 급성장할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도 중국의 부상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