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에서 창업한 벤처업체 가운데 정부출연연구기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업체만 줄잡아 수십개가 넘어 입주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한 벤처업체 사장의 하소연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 창업보육센터들이 입주업체 선정을 엄정하게 한다고는 밝히고 있으나 이를 둘러싼 뒷말이 무성하다.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하면 다양한 정보 교류나 공동 장비활용 등으로 연구와 창업에 도움이 된다기에 입주신청 기회만을 보며 수시로 담당자에게 연락했는데 나중에 보니 담당자를 포함해 자기네들끼리 빈공간을 다 차지했더라고요. 비연구원 창업의 설움을 톡톡히 당했죠.』
비연구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대전 유성지역에서 창업 혜택으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포털사이트 제공관련 벤처기업 G사장의 한숨섞인 신세한탄이다.
G사장은 또 『대전시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의 경우 더욱 가관입니다. 입주업체 선정기준과는 달리 건설업체 등이 버젓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정부예산이 새고 있는 것 아닙니까.』
사실 이곳의 입주신청자격은 예비 창업자 및 창업후 2년 이내의 신규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신기술 및 지식집약형 업종 △대전시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기술 △타산업부문에 파급효과가 큰 기술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심사기준 공개는 곤란하고 처음 오픈할 때 신기술집약형·생명공학·환경관련 분야 등의 업체를 입주시켰던 것은 사실』이라며 『소프트웨어 진흥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소프트웨어나 컴퓨터·디자인 등의 관련업종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업체 관계자는 『현재 보육센터 자체가 크게 부족한 것은 아
니고 벤처붐 이후 정부의 지원정책이 후퇴한 느낌이 드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서울에 비해 지방은 자금지원이나 제품 판로확보 등이 어려워 아무리 신기술과 신제품을 개발하더라도 판매가 안된다』며 사소한 것에 신경쓰지 말자는 입장도 피력했다.
업체 한두곳의 부실한 선정보다는 입주한 업체가 앞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여건마련에 치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AIST 신기술창업지원단의 경우 입주가 짧게는 몇달에서 길게는 1년이 걸릴 수도 있다. 입주 공간이 KAIST 캠퍼스에 752평, 한국통신 건물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HTC가 1150평 등 총 1902평에 127개 업체가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대부분 만실이다.
간혹 나오는 보육센터 졸업업체로 인해 입주기회가 생겨도 현재 대기중인 기업만 26개사다. 게다가 입주심사의 경우 분야별 전문위원 11명과 KAIST 교수, 출연연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기술경쟁력 평가센터의 심사 등 엄정한 심사를 통과해야만 입주허락이 떨어지기 때문에 만만치 않다. 더욱이 커트라인과 평가표에 의한 인터뷰, 프레젠테이션, 현장방문 등을 거쳐 창업지원위원회에서 최종 심의를 하게 되어 있어 입주까지는 산넘어 산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곳에 입주하지 못한 업체들로부터 많은 견제가 들어오고 있다. 소문이란 침소봉대되기 일쑤다. 「어느 업체는 누가 뒤를 봐준다」 「입주는 로비능력 순이다」 「자기네들끼리 나눠먹기식이다」는 등의 소문들이 바로
그것.
그러나 아니땐 굴뚝에 연기 안나듯 소문의 근원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신기단의 최종 입주결정을 하는 창업지원위원회 위원 10명 모두 KAIST 교수들이다. 절차가 아무리 공정하다고 주장하더라도 입주 최종결정권자가 KAIST 교수만으로 구성돼 있는 점은 공정성을 훼손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입주업체별 연구원 창업 현황을 보면 KAIST 출신이 6월말 기준 전체 131개 업체 가운데 42개사, ETRI를 제외한 표준연·기계연·생명연·원자력연 등 출연연의 전문보육센터내 입주공간이 79곳인 데 반해 연구원 출신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46곳에 달한다.
대덕밸리의 벤처기업들은 연구원들이 중심일 수밖에 없는 대덕연구단지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대덕연구단지내 창업보육센터가 한단계 레벨업되기 위해서는 전국의 기술력을 가진 벤처업체뿐만 아니라 외국 업체에까지 과감히 개방돼야 합니다. 외국 업체
로부터 정보도 받고 그들을 벤치마킹할 기회를 가지는 것 자체가 대덕연구단지 벤처들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우물안 개구리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벤처위기론이 돌고 있는 요즘 A벤처업체 사장이 던지는 충고다.
<과학기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