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칠 줄 모르는 자연재해로 불안에 떨고 있는 대만의 반도체업체들.
올해 두번째로 강력한 태풍 「빌리스」는 지난 22일 밤 대만에 상륙, 10여명이 사망하고 매몰되는 재해를 안겨줬다.
특히 태풍은 반도체업체들이 밀집한 타이베이와 신주를 강타, 반도체업체들은 가장 두려워하는 정전사태에 직면했다. TSMC를 비롯한 대만의 반도체업체들은 즉각 예비전력으로 대체해 사태를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순간적인 전력 변화에도 민감한 반도체 생산시설의 특성상 반도체업체들은 일단 정전사태가 생기면 그날 생산한 웨이퍼를 폐기한다. 대만업체의 하루 반도체 생산량은 160만∼170만개 정도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못 쓰게 될 판이다. 대만 업체들은 지난 98년 9월 지진사태 때에도 단 4분간의 정전으로도 하루 생산한 반도체 폐기는 물론 정상가동까지 막대한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이 영향으로 세계 반도체 가격도 급등했다.
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대만업체들이 이번 태풍으로 전혀 피해가 없다고 해 반도체업체로서 다행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렇지만 대만업체들의 고객사들은 재해가 잦은 이곳에 생산을 의뢰하는 데 더욱 신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태풍사태는 심리적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에 가수요를 불러일으켜 최근 주춤한 반도체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태풍사태 직후인 23일(현지시각) 세계반도체 현물시장에서 D램을 비롯한 반도체 가격 전반은 안정세를 보였다.
대만 반도체업체들은 일단 재해를 면해 가슴을 쓸어내렸으나 언제 또 다시 재해가 발생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