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분야 정부출연연구소인 생명공학연구소가 설립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부설기관에서 독립기관으로 출범한 생명연구소가 최근 기관장과 연구원간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연구원들이 기관장의 연구소 운영 문제를 제기하며 상급기관인 기초기술연구회와 국무총리실에 기관장 해임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가연구과제 연구원들이 너도나도 연구소를 떠나거나 벤처행을 택하고 있어 연구소 존립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29일 생명연 안팎에 따르면 생명연의 책임급 연구원 60여명을 중심으로 구성한 연구소발전협의회는 지난 5월과 6월 두차례에 걸쳐 기초기술연구회 이사회와 국무총리실에 기관장해임 건의서를 제출한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현재 연구소 업무를 방관하거나 변화만을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연구원들이 소속기관장 해임 건의서를 제출하게 된 것은 과기부가 국가지정연구실 사업자로 선정될 P, Y, B 박사 등 3명에 대한 생명연의 지원을 약속하는 공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하자 기관장이 이를 전면 거부한 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미생물이나 뇌, 분자생물학 등 생명공학의 한 축을 이뤘던 연구분야가 연구비지원 급감에다 관련 연구원들이 속속 떠나 10여년간이나 지속해 온 연구사업 자체가 없어질 위기에 봉착하는 등 모처럼 일고 있는 생명공학분야 연구분위기를 크게 위축시킨 것도 한 요인으로 연구원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 분자생물학 연구의 중심역할을 해왔던 Y 박사의 KIST이직에 이어 뇌분야 치매연구로 이름이 높은 H 및 K 박사 등이 모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확정돼 생명연의 연구분위기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이같은 사태는 기관장 취임후 연구소의 개혁을 표방하며 200명이 넘는 시간제 연구원을 용역·도급직으로 일괄 전환하고 35개 연구조직(RU)을 13개로 줄였으며 전직종의 계약제 및 고정급과 성과급의 비율을 70 대 30으로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일부 연구원들이 반발하며 감정대립으로 치달아 발생하게 됐다.
또 연구원과 부장급간 갈등으로 기관장의 명령이 이행되지 않거나 업무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자 기관 비판세력 가운데 5∼6명을 인사위원회에서 징계처리하는 등 철저한 언로봉쇄로 연구소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생명연에서는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연구원 200여명 가운데 벤처를 창업하거나 벤처기업에 참여하고 있는 직원이 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생명연의 복성해 소장은 『내부문제에 대해 감사원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여러차례 조사를 받았지만 문제가 없었다』며 『여러 소문들은 근거가 있기보다 경영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세력이 반발하면서 발생된 것』이라고 말했다.
채영복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생명연 내부 불만이 있는 것은 알지만 의외로 문제될 것이 없어 구두경고 차원에서 복 소장에게 충고했다』며 『지나친 경영혁신도 문제이므로 수시로 생명연 사태를 체크하며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