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일 방송의 날을 기념해 KBS와 MBC가 디지털 시험방송을 시작하고 민영방송인 SBS는 이들 양사보다 한 발 앞선 지난달 31일부터 디지털 시험방송을 시작함에 따라 지상파 3사가 모두 디지털방송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이들 지상파 방송 3사는 디지털 시험방송을 위해 지난해말부터 장비도입 등 준비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마침내 3일 시험방송을 통해 시청자를 비롯한 관련업계·학계 등의 객관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러나 디지털 시험방송을 통해 화려한 영상 프로그램을 기대해 왔던 시청자들은 다소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시험방송에만 초점을 두고 장비의 도입 및 디지털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말 그대로 시험방송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방송사는 지난 6월 중순 추가 발주한 HD급 디지털방송 제작장비가 지난달말에나 공급이 완료되는 등 시험방송 일정 맞추기에 급급한 상황이기도 하다.
또 이들 3사는 HD급 디지털방송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해 단순히 자연풍경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1일 30분 정도씩 고정 편성하고 나머지 시간은 아날로그 방송을 통해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를 활용해 SD급 수준으로 변환한 디지털방송만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디지털방송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인터액티브 기능을 포함한 방송 프로그램은 전무한 실정이다. 인터액티브 방송은 방송을 시청하는 도중 리모컨 조작만으로 방송에 나온 상품이나 의류 등과 관련된 정보를 열람하거나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기능을 포함한 프로그램들이다.
결국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디지털TV를 보유한 시청자는 앞으로 1∼2개월 동안 단순히 자연풍경을 보여주는 30분 내외의 HD급 디지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데 만족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험방송」이 제작 및 송출 과정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나 시행착오를 점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시험방송 기간에는 디지털방송상의 결함과 콘텐츠의 부재에 대한 모든 문제점은 「면죄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방송시대 진입의 첫 단추를 끼운다는 중요한 의미에서 시험방송에 임하는 지상파 방송 3사의 준비상황을 총 점검해 본다.
▲KBS
국내 최대 규모의 공영방송인 KBS는 오는 3일 오전 11시 「이것이 HD이다」라는 특집 프로그램을 송출하면서 디지털방송시대의 막을 연다.
KBS는 2개의 방송 채널을 보유한 방송사답게 일찌감치 디지털방송을 준비해 지난해 6월부터 실험방송을 시작했으며 올초부터 장비도입에 들어가 3일 시험방송을 앞두고 디지털 스튜디오 5개, 종합편집실 5개, VCR 편집실 22개, 주조정실 1개 등을 갖춘 상태다. 반면 초기에 도입한 디지털방송 장비는 대부분 SD급이기 때문에 HD급으로는 스튜디오와 종합편집실을 각각 1개씩 보유한 상태에서 시험방송을 시작한다. 또 KBS는 HD급 방송 제작장비의 핵심인 HD급 카메라 6대와 HD급 VCR 13대를 추가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출시설로는 HD급과 SD급 송출이 모두 가능한 주조정실을 갖추고 있으며 장비로는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해 주는 컨버터 2대의 송신기 설치를 완료한 상태다. 관악산 송신소에 설치한 송신기는 미국 헤디스사의 1.5㎾급 1대와 LG정보통신의 1㎾급 1대 등 총 2대로 시험방송을 시작한다. 이들 송신기는 1대만으로도 수도권을 모두 담당할 수 있지만, 중단없이 방송이 이뤄져야 한다는 방송의 특성상 1대는 예비용으로 활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KBS가 보유하고 있거나 지난달말까지 도입이 완료된 장비로는 시험방송에 큰 차질을 빚지 않는 수준이다.
이처럼 KBS는 방송장비의 경우 운용능력은 제외하고 도입된 장비 규모로만 볼 때 시험방송을 위한 준비작업을 완벽하게 갖췄다. 반면 KBS 역시 디지털 시험방송에 적용되는 방송 프로그램은 질적인 문제를 뒤로 하고라도 양적인 면에서 크게 부족한 상태다.
현재 KBS가 오는 3일부터 방송할 예정인 디지털방송 프로그램으로는 「이것이 HD이다」라는 1시간짜리 특집물 외에는 「북한산의 사계」와 한국의 고유문화 유산을 소개하는 15분짜리 프로그램 5편에 불과하다.
KBS는 이들 5편짜리 프로그램을 2편씩 묶어 오전과 오후에 30분씩, 1일 총 1시간씩 주 5일간 고정 편성하고 향후 2주마다 1편씩을 새로 제작해 방송할 계획이다. 그러나 고정물은 KBS를 통해 방송중인 아날로그 프로그램을 SD급 디지털로 컨버팅해 송출하는 정규방송이 끝난 오전 11시와 새벽 1시에 각각 송출될 계획이어서 정규화된 디지털방송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MBC
MBC는 타 방송사와 달리 별도의 특집물 없이 오는 3일부터 디지털 시험방송을 시작한다.
지난해 6월부터 디지털 시험방송을 시작한 MBC는 지난해말부터 디지털 방송장비 도입을 시작해 왔으나 HD급 ENG카메라 등 일부장비는 지난달말에야 도입했다. 현재 지난달말 기준으로 MBC가 도입을 마친 디지털 방송장비로는 HD급 스튜디오 카메라 7대와 ENG카메라 2대, VCR 5대 등이다. SD급 디지털 장비는 이미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어 추가도입이 필요없는 상황이다.
송출시설로는 인코더 장비와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 등이 갖춰진 주조정실과 1대의 송신기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관악산 송신소에 설치된 송신기는 LG정보통신의 1㎾급 장비 1대며 오는 10월에는 일본 도시바로부터 1.5㎾급 송신기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도시바 장비가 도입되는 10월 이전까지의 시험방송은 출력이 낮은 LG정보통신의 송신기만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1.5㎾급 장비로 시험방송에 나서는 KBS나 SBS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범위에서 디지털 시험방송이 이뤄지게 된다. 특히 10월까지의 시험방송 중 현재 보유하고 있는 1대의 송신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디지털 시험방송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이미 도입이 완료된 방송장비를 기준으로 볼 때 MBC는 KBS나 SBS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시험방송에 나서게 된다.
반면 디지털방송 프로그램면에서는 방송 3사 중 유일하게 드라마를 편성하고 있어 보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MBC는 「사랑한다고 말해봤니?」와 「창포꽃 필무렵」 등 2편의 단막극을 HD급으로 제작해 「MBC 베스트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고정물로는 다른 방송사와 같이 자연풍경을 보여주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제작해 고정 편성할 계획이지만 실험방송에 사용됐던 프로그램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HD급 디지털 프로그램 외의 방송시간은 SD급으로 변환된 아날로그 프로그램으로 채워지게 된다.
▲SBS
SBS는 지상파 방송 3사 중 디지털방송에 가장 발빠른 준비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시험방송 시점도 KBS와 MBC보다 앞선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했다.
SBS는 후발 방송사와 수도권에 한정된 민영방송이라는 약점을 디지털방송을 통해 극복한다는 전략에 따라 지난해부터 별도의 디지털방송팀을 구성하고 준비작업에 돌입한 결과 실험방송 시기는 지난해 9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방송은 3일 먼저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재 SBS는 HD급 디지털 스튜디오 1실을 비롯해 종합편집실 2개, 개인편집실 4개 등을 갖췄으며 HD급 ENG카메라 7대, VCR 32대 등의 도입을 지난달 이전에 완료함으로써 방송 3사 중 가장 완벽한 디지털방송 시설을 갖췄다. 또 HD급 디지털방송 프로그램 제작이 본격화할 것에 대비해 디지털방송용 CG실과 음성더빙실 등도 완비했다.
송출시설로는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를 포함해 HD급 송출이 가능한 주조정실을 갖췄으며 관악산 송신소에 2대의 송신기를 설치했다. 현재 SBS가 보유하고 있는 송신기는 미국 ADC사의 1.5㎾급 1대와 LG정보통신의 1㎾급 1대 등으로 KBS와 동일한 수준의 디지털 시험방송이 가능하다.
특히 SBS는 오는 11월 중 미국 걸링사로부터 HD급 중계차 2대를 도입할 계획으로 있어 지상파 방송 3사 중 가장 먼저 HD급 디지털 스포츠 중계를 방송할 수 있을 전망이며 동계 스포츠인 농구·배구 등을 HD급 디지털로 제작해 방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SBS는 방송장비 도입면에서 KBS와 MBC보다 상당부분 앞서 있지만 디지털방송 프로그램 제작면에서는 다른 방송사와 큰 차이가 없다.
SBS는 지난달 31일 첫 디지털 시험방송을 시작하면서 방송한 「HDTV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20분짜리 특집물과 SBS가 자체 제작한 40분짜리 다큐멘터리 「오지의 사람들」 등 2편 외에는 이렇다할 디지털방송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한국풍경 2000」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오는 8일부터 주 1회 고정물로 편성된다는 점이 타방송사보다 조금 앞선 수준이며 나머지 방송시간은 아날로그 프로그램을 디지털로 변환시킨 SD급 프로그램으로 채워지게 된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