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사이버 세계대전

「사이버 세계대전」 (제임스 애덤스 지음, 부지영 옮김, 한국경제신문 발행, 상하 각 8000원)

21세기의 전쟁은 더 이상 물리적인 화력에 지배되지 않는다.

21세기는 전자전(electronic warfare)과 정보전쟁(information warfare)의 시대이며 비트 단위의 정보나 신호가 수십메가톤급 핵폭탄보다 위력적인 무기로 등장한다.

저자인 제임스 애덤스는 「사이버 세계대전」을 통해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던 정보전쟁이 이미 현실로 다가왔음을 강변하고 있다.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수백∼수천명의 병력을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단 한명의 병사가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실제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특히 그는 「선데이 타임스」의 군사담당 기자경력과 세계적인 통신사인 UPI의 대표이사라는 직함에 어울리게 실질적인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사이버 세계대전」을 집필함으로써 정보전쟁이 얼나마 위협적이며 얼마나 현실화된 문제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 명의 해커나 최첨단 전자전 장비가 적의 전력과 통신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을 일시에 마비시킬 수 있으며 이는 수백대의 항공기나 미사일, 또는 막대한 지상군의 공격을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결과와 동일한 효과를 거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보전쟁에 힘입어 미국같은 나라들은 지상군을 파견할 필요도 없이 전쟁을 수행하고 또한 승리할 수 있게 될 것』라며 『가장 뛰어난 정보전 능력을 가진 나라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정보전 공격에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 정보전쟁을 둘러싼 새로운 군비경쟁이 시작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저자는 「사이버 세계대전」의 첫 장을 2005년 발생하는 가상의 전쟁 시나리오로 풀어가고 있다. 2005년 유전지대를 둘러싸고 이란과 중국이 일촉즉발의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전통적인 전쟁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워봄(WBOM:War By Other Means)을 수행한다는 시나리오다. 미국이 전개한 워봄으로 인해 이란과 중국은 각종 사회기반 시설이 완전 마비상태에 빠지게 되며 물리적인 충돌을 포기하게 된다.

지나치게 미국 중심이고 단순한 가상 시나리오에 불과하지만 전통적인 전쟁개념이 어떻게 바뀌고 있으며 정보전쟁이 얼나마 위협적인 것인지를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또 저자는 상하권으로 구성된 이 책의 상권에서 91년 걸프전과 소말리아 내전 등의 실제 전쟁기록을 토대로 정보전쟁과 전자전이 이미 현실화됐음을 보여준다.

특히 걸프전의 경우 전통적인 전쟁개념을 바꿔놓는 앤티테제의 전쟁이라고 정의하며 탱크나 항공기, 핵무기보다 병사의 한쪽 팔에 장착된 랩톱컴퓨터가 보다 효과적인 무기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한다.

상권에서는 재래식 무기가 정보전쟁과 전자전에 맞도록 변화되는 사례를 들고 있다. 적진에 침투한 병사가 수첩크기의 비행체를 이용해 적진을 정찰하고 개미나 바퀴벌레 크기의 마이크로 로봇에 폭약을 장치한 뒤 적진에 살포, 동시에 폭발시키는 등 공상과학영화나 스파이 영화에서 나왔을 만한 최첨단 무기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하권에서는 본격적인 사이버 전쟁을 다루고 있다. 해커와 각종 해킹사건을 사례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는 사이버 테러리스트 위력의 실제 가능성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과자나 분유를 생산하는 공장의 컴퓨터에 침입한 사이버 테러리스트가 식품에 첨가되는 철분의 양을 조작하면 이를 먹는 어린이들의 생명을 좌우하는 것이 가능하다. 항공기나 철도 관제시스템에 침투하면 충돌사고 유발을 비

롯 전체 운송시스템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저자는 『컴퓨터 CPU의 발전속도를 나타내는 「무어의 법칙」이 곧 정보전쟁의

발전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라며 『정보전쟁의 부각은 곧 핵폭탄과 같은 재래식 무기에 의한 위협을 감소시키지만 그렇다고 안정시대가 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안정을 유지했던 요소들이 수많은 불안정 요소로 교체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