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도전이 아름답다>6회-모터넷

『저는, 모터밖에 몰라요.』

임태빈 모터넷 사장(44)은 요즘 주가폭락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자 대뜸 주식을 해본 적 없다고 고백한다.

지난 75년 한양대 전기공학과 새내기 시절 모터 역학을 처음 공부한 이래 25년동안 모터개발에 빠져 살아온 엔지니어다운 소박한 모습이다.

사실 소형모터업계에서 임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전문가. 국내 모터 기술수준이 형편없던 지난 80년대 임 사장은 LG정밀과 삼성전기를 거치면서 VCR·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FDD)·레이저프린터·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 주요 전자제품의 핵심 모터를 잇따라 개발해 대외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95년 이후 전자부품연구원에서 굵직한 차세대 모터 개발계획을 지휘하던 그는 지난해 11월 모터 전문 벤처기업 「모터넷」을 설립했다. 회사 설립도 따지고 보면 모터 개발에 대한 열정이 실험실의 벽을 넘어선 때문이다.

모터넷은 국내 모터업계의 취약점인 첨단 모터 개발을 대행하기 위해 전자부품연구원이 직접 지분투자를 한 실험실벤처 형태로 출발했다. 알 만한 사람들은 임 사장의 개발능력을 인정하던 터라 창업과정은 수월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모터 설계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된 모터넷은 짧은 활동기간에도 불구하고 초음파 모터와 고효율 인덕션모터, 하이브리드 스테핑모터, 고출력 BLDC모터 등 다양한 신형 모터를 개발해 주변업계를 놀라게 했다.

모터넷은 모터의 개발·판매만 담당하고 생산과정은 원칙적으로 다른 회사에 맡기는 운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핵심역량인 모터 설계기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전략인 것이다.

올해 모터넷의 매출목표는 13억원, 내년에는 무려 12배나 늘어난 160억원의 매출실적을 낙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쟁업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만들기 힘든 첨단 모터 아이템을 차례로 양산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모터넷은 부천시 테크노파크 모터타운으로 다음달 이전한다.

평범한 아파트형 공장에 중견 모터업체 13개사를 한데 입주시켜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아이디어 기획자가 바로 임 사장이다. 이곳에서 모터넷은 이들 모터업체들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연구센터구실을 담당할 계획이다. 자체 보유한 모터

관련 계측장비만 해도 30억원대에 이른다.

『월드컵뿐만 아니라 모터산업에서도 한국이 일본·스위스·독일과 같은 모터 강

국을 따라잡아 세계 8강 대열에 진입하는 것이 모터넷의 궁극적인 비전』이라고 임 사장은 앞으로의 포부를 털어놓는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