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한국전자전>디지털 가전시대 열린다

21세기 멀티미디어 디지털 시대를 맞아 디지털 정보가전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디지털 정보가전이 가전산업의 핵심 테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일 개막된 「2000 한국전자전」은 이러한 추세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

가전 3사를 필두로 국내외 가전업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함으로써 미래 디지털 가전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첨단 디지털 정보가전 제품으로 전시장의 각 부스를 가득 채워 놓고 있다.

디지털 정보가전이란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TV·오디오·VCR·냉장고·세탁기·전화기 등 아날로그 전자제품에 컴퓨터 및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가전 제품 고유의 기능을 수행할 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가정에서 필요한 각종 정보를 간편하게 얻을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디지털 TV를 비롯해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플레이어·디지털 VCR·인터넷TV 세트톱박스·디지털 냉장고·디지털 세탁기·웹 스크린폰·차세대 게임기 등이 바로 대표적인 디지털 정보가전 제품.

디지털 정보가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컴퓨터 없이도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양방향 통신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컴퓨터에서나 즐길 수 있던 게임과 정보검색 등의 인터넷 기능을 가전제품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이들 제품을 인터넷 애플라이언스라고 부른다.

통합(integration) 또는 융합(fusion)도 디지털 정보가전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통신·방송기능이 하나로 통합된 새로운 멀티미디어 퓨전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퓨전제품은 다수가 이용하는 기능을 기본으로 채용하면서 새로운 장치를 부착하는 형태로 개별적으로 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디지털 정보가전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양방향성. 즉 디지털 정보가전은 유무선 연결을 위한 종합정보통신망·초고속통신망·위성망 등과 연결해 사용자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없이 보다 손쉽게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

디지털 정보가전은 또 아날로그 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수준의 화질과 음질을 제공한다.

이처럼 기존의 가전제품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기능으로 무장한 디지털 정보가전의 등장은 계층간의 정보격차 현상을 해소하고 우리나라의 정보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한몫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를 매개로 한 기존의 정보사회에서 소외돼 있는 저소득층·여성·노인·지방거주자 등 이른바 정보화 소외계층들이 디지털 정보가전을 통해 지식정보화 사회의 품에 안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정보가전 시대에는 또 우리나라의 국가적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정보통신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해 놓고 있어 가전과 정보통신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정보가전 시장에서 세계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디지털 LG」와 「삼성 디지털」을 모토로 내걸고 세계 디지털 가전 시장 공략에 나선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디지털 TV와 DVD 플레이어 등 초기 디지털 가전 시장에서 선두그룹을 형성해 가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아날로그 시대에 세계 5, 6위 권에 머물러 있던 국내 전자산업의 경쟁력이 디지털 가전시대에는 세계 1, 2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향후 5년 동안 세계 디지털 정보가전 시장은 급팽창해 오는 2005년께 3500억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나라는 1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 정보가전 시대의 핵심 품목은 단연 디지털 TV. 디지털 TV는 단순히 선명한 디지털 방송을 보는 영상기기가 아니라 인터넷과 양방향 데이터방송을 구현함으로써 가정의 핵심 엔터테인먼트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이 확실시 된다. 따라서 디지털 TV 시장을 선점한 업체는 자연스럽게 디지털 정보가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가 디지털 TV를 21세기 승부사업으로 선정하고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국내 가전 3사는 세계 디지털 TV 시장에서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일본·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의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볼 때 일단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국내 가전 3사가 세계 디지털 TV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90년대 초부터 수백명의 개발인력과 수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어 핵심기술을 확보해 온 결과다.

LG전자는 지난 97년에 세계 최초로 디지털 TV방송 수신용 칩세트를 포함한 핵심 부품을 개발했을 뿐 아니라 가장 먼저 전세계 모든 규격의 디지털 TV를 개발해 공급에 들어갔다.

LG전자는 지난 98년 세계 최초로 유럽규격의 28인치 디지털 TV를 영국에 수출, 99년 모델별 판매실적 1위를 달성하고 올해 초에는 브랜드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 최대 수요처인 미국시장에는 99년 6월 세계 최대 크기인 64인치와 56인치 HDTV를 제니스 브랜드로 출시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98년 10월 세계 최초로 디지털 TV를 양산해 방송용 세트톱박스를 미국에 수출하는 등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02년까지 135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14%로 세계 톱 디지털 TV 메이커로 진입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현재 세계 최고 선명 제품과 초경량·초박형 제품 등 40인치에서 65인치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일반 직시형 브라운관은 물론 PDP·FLCD 등 첨단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총 28개 모델로 풀 라인업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대우전자도 32인치 와이드 브라운관을 채용한 HDTV를 수출하면서 디지털 PDP TV와 디지털 프로젝션 TV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기술력에서 세계적인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디지털 TV와 함께 DVD 플레이어도 디지털 정보가전 시대의 유망 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유럽·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DVD 플레이어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데 힘입어 지난 상반기에만 각각 70만대씩을 수출해 이미 지난해 전체 수출 물량을 돌파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수출물량이 지난해보다 각각 100∼200%씩 증가할 것으로 보고 연초 수립했던 수출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수출 모델을 다양화하는 한편 서둘러 증산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DVD플레이어 수출이 이처럼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대우전자·해태전자·아남전자 등 후발업체들도 수출 시장에 본격 가세함에 따라 국내 업체들이 그동안 세계 시장을 주도해 온 일본 업체들과 함께 양대 축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세계 DVD 플레이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700만∼800만대보다 100% 늘어난 1400만∼1600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300만대, LG전자 200만대를 포함해 모두 600만대 정도를 공급, 세계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전 3사는 국내 디지털 정보가전 붐을 일으킨다는 전략 아래 디지털 TV를 중심으로 각종 첨단 디지털 정보가전 제품을 속속 출시하는 한편 차세대 가정용 디지털 저장기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디지털 시험방송을 거쳐 내년부터 본방송이 시작되면 디지털 TV와 함께 고선명 디지털 방송은 물론 각종 디지털 데이터를 저장·재생할 수 있는 디지털 저장기기 수요가 본격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각종 DVD 응용기기를 비롯해 디지털 VCR·디지털비디오캠코더(DVC)·퍼스널비디오리코더(PVR) 등이 바로 아날로그 방송 시대의 VCR를 대체할 차세대 디지털 저장기기로 꼽힌다.

가전 3사는 디지털 TV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영상기기뿐 아니라 디지털 냉장고·디지털 세탁기·디지털 전자레인지 등 기존 백색가전 제품에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시킨 새로운 디지털 백색가전을 경쟁적으로 상품화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디지털 정보가전 시장에서 강국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