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컴업계, 「사용량 기준요금제」검토

서버업체들이 최근 들어 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가운데 사용량 기준 요금제(일명 유틸리티 프라이스)가 서버업계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용량 기준 요금제(페이 퍼 유스 파이낸싱)란 사용자가 이용한 만큼 요금을 지불하는 일종의 수익자 부담 가격제도로 전기·수도 등 공공요금에 주로 적용돼왔다.

최근 들어 e비즈니스에 대응하기 위해 전산시스템 재구축에 나서고 있는 국내 주요기업들이 유틸리티 프라이스제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이유는 전산시스템 재구축에 소요되는 막대한 투자부담과 급변하는 정보기술(IT) 발전추세에 비추어볼 때 전산투자 결정이 적절한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엄청난 비용을 들여 전산투자를 했는데 향후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개선된 컴퓨터 기술이 출현하고 전산관련 환경이 급변할 경우 이들 기업은 또다시 대규모 전산투자를 단행해야 등 하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국내 중대형컴퓨터 업계가 기획하고 있는 것이 바로 유틸리

티 프라이스제도다.

이는 기업이 필요한 전산환경을 서버업체에 제시하면 서버업체는 이에 대응한 솔루션을 포함한 전산시스템을 공급하고 그 시스템을 사용하는 정도에 따라 요금을 부담하는 제도다. 즉 전기나 전화 서비스처럼 서비스업체(여기서는 서버업체)가 전산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제공하고 이를 이용한 기업은 서버업체가 제시하는 서비스요율에 입각해 요금을 지불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막대한 규모의 초기 전산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고 향후 경영환경이 변화되더라도 이에 대응, 신속하게 전산인프라를 재구축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국내 중대형컴퓨터 업체로는 처음으로 이를 도입하기로 한 한국HP의 유원식 전무는 『현재 미국 본사에서 유틸리티 프라이스제 실시에 따른 세부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서비스 전략이 확정되는 대로 국내에서도 이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틸리티 프라이스제의 전단계라 할 수 있는 여벌시스템 전략(일명 ICOD)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IBM·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한국유니시스·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등 주요 서버업체들도 이 유틸리티 프라이스제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COD는 급작스런 전산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마이크로프로세서, 디스크 등 전산 용량과 밀접한 핵심부품을 외상으로 공급해놓고 수요가 발생한 이후부터 대금을 정산하는 일종의 외상 프로그램이다. 이는 시스템 증설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틸리티 프라이제와 비슷하지만 비용처리면에서는 ICOD의 전단계 마케팅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기업조직과 인프라의 신축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방침에 비추어볼 때 유틸리티 프라이스제도는 조만간 IT업계의 새로운 비즈니스로 자리잡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