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벤처군수마트 2000」

올해 처음 대전시가 개최한 벤처군수마트 2000이 졸속준비 등으로 벤처와 군의 상호이익 증대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벤처기업의 마케팅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는 등 빛바랜 행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수요처인 국방부의 군납체계 등에 대한 사진지식 없이 행사를 유치해 이번 행사 참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부담한 벤처기업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일 벤처기업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대전시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공동으로 정보통신, 전기·전자, 기계 등의 분야에서 모두 158개의 벤처기업을 유치하면서 행사비용까지 포함, 부스당 1000만∼1500만원의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벤처 군수마트를 개최했으나 벤처와 군의 실질적인 계약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특히 벤처기업들은 보유한 기술·생산 제품을 전시하고 국방부와 국방조달본부·국방과학연구소 등 군 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으나 정작 구매자인 국방부 등 군관계자는 노출된 정보는 기술 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데다 참여자 대부분이 군과 관계없는 일반이나 일부 외국인 등에 불과해 자칫 「행사를 위한 행사」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군납품 체계인 국방부의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벤처기업의 기술이 채택이 돼 납품이 가능하다고 해도 납품까지는 최소 2년에서 많게는 5년까지 걸린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주최측도 이에 대한 사전홍보를 전혀하지 않았다』고 실망스런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이와 함께 벤처군수마트와는 전혀 관계없는 서적상도 부스 한 편을 차지하고 있는 등 참여기업의 졸속유치로 행사자체를 무색케 하고 있다.

군수마트에 참여한 군 관계자는 『공군에서 항공기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구매나 좋은 제품을 추천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며 『오늘 참여한 벤처기업의 95%는 군 납품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기업이고 나머지 5%도 납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실질적인 계약보다는 먼 장래를 보고 벤처기업들이 군수품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라며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