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개봉된 스모에 대한 즐겁고 유쾌한 코미디. 「쉘 위 댄스」의 수오 마사유키 감독이 92년에 만든 스모영화 「으랏차차 스모부」는 스모라는 운동이 지닌 다소 야한 의상과 함께 폭소를 터뜨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개봉 당시 일본에서 각종 영화제의 상을 휩쓴 「으랏차차 스모부」가 「지극히 일본적인 소재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던져주는 매력은 일단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려 웃음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쉘 위 댄스」를 통해 음지에 숨어있던 사교댄스를 건강하고 아름다운 스포츠로 가공해냈듯이 수오 마사유키 감독은 레저 스포츠에 밀려 젊은이들에게 소외된 일본 전통 스포츠인 스모에 눈을 돌린다.
스모에는 관심조차 없었던 네 명의 젊은이들이 대학 최고의 스모부를 이끌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좌충우돌하는 훈련기에 순정만화적인 로맨스까지 양념으로 가해지면서 표피적이고 즉흥적인 웃음을 이끌어내지만 스포츠 만화다운 감동을 빼놓지 않는다. 「쉘 위 댄스」보다 훨씬 이전에 제작된 영화지만 「으랏차차 스모부」에는 수오 마사유키의 군단이라 할만큼 「쉘 위 댄스」의 출연진들이 모두 얼굴을 내민다.
졸업반 야마모토는 성적이 좋지 않지만 아버지의 도움으로 이미 취직이 결정된 상태다. 그는 해양스포츠를 즐기면서 남은 마지막 학기를 여유있게 즐기려 하지만 지도교수는 그에게 출석미달을 덮어주는 조건으로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교내 스모부에 들어가 한번만 시합에 출전해달라는 것. 학생시절 천하장사까지 지냈던 아나야마 교수에게 스모부는 각별한 애정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결국 졸업장을 따기 위해 야마모토는 스모부를 찾아가지만 그곳에는 스모가 좋아 8년째 유급을 하며 스모부를 지키고 있는 아오키 선배만 있을 뿐이다. 시합에 출전하기 위해 야마모토와 아오키는 단체전 선수들을 하나 둘 모으지만 쉽지 않다. 결국 친구 한 명 없이 늘 남에게 소외되기만 했던 뚱보 다나카와 슈헤이의 동생 하루오가 가세, 단체전에 출전하지만 결과는 참패. 응원차 나온 선배들에게 모욕을 당한 야마모토는 심기일전해 스모부를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는다.
「도전과 승리」라는 플롯에서부터 「의리있는 다혈질의 주인공」이라는 캐릭터까지 이 영화는 전형적인 스포츠 만화의 틀을 차용하면서 스모에 대한 일본인의 자부심과 애정을 밉지 않게 그려낸다. 시종일관 자아내는 폭소 속에서도 팬티를 벗고 도복을 착용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외국인의 멸시와 거부감을 결국은 스포츠정신으로 수용하게 만드는 장면이 말해주듯이 「으랏차차 스모부」는 영화가 문화를 파는 훌륭한 도구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엄용주 영화평론가·엔필름 콘텐츠 팀장 uju@nFil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