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 클리닉]1회-전통기업 인터넷화 암초 많다

◆나스닥과 코스닥의 폭락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세계경제를 주도했던 인터넷 비즈니스는 「인터넷 불황」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낳을 정도로 혼돈기를 맞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도도한 물결에 따라 기존산업의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젠 비즈니스의 인터넷화란 당위성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새로운 접근방법을 모색할 때라는 지적이 높다. 매주 금요일마다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e비즈니스의 문제점과 타개책을 게재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지난 95년도부터 아마존이나 이베이와 같은 순수한 온라인기업이 기존 질서를 파괴하며 인터넷 비즈니스를 선도했으나 98년에 이르러서는 인텔·반즈&노블즈·월마트·메릴린치 등 전통기업의 디지털화가 시작되었다. 2000년도에는 전통기업과 사이버기업의 융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 주요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업들의 다양한 형태의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중이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기업의 불안전성과 수익성의 결여 등이 문제로 제기되면서, 다시 전통기업의 인터넷화가 큰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통적인 일반기업이 인터넷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시도는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기존 사업과의 혼선·반발 등으로 성공한 기업이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메릴린치사는 초기에 기존 증권중개업에서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과신하여 사이버 증권거래를 도외시한 결과 막대한 기회손실을 경험한 바 있다. 청바지로 유명한 리바이스의 경우도 지난 98년 11월에 인터넷 판매를 위한 웹사이트를 개설한 후에 500만∼700만달러의 광고비를 투입하는 등 인터넷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비용부담과 기존 매장의 반발 등 문제점에 직면해 99년 10월 인터넷 직영판매를 중단하고 JC페니 등 다른 유통업체의 웹사이트를 통해 간접판매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전통적인 대기업군 제조회사들이 인터넷화를 통해 전자상거래를 시도하고 있으나 웹을 위협적인 존재로 느끼고 있는 기존 대형소매상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원활한 상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용의료기를 생산, 판매하는 S사의 경우 인터넷 판매를 통해 양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 기존 판매망과의 가격정책에 제동이 걸려 인터넷화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이 전통적인 기업의 인터넷화는 예상보다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 원인들을 크게 경영, 사업, 기술, 문화의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먼저 경영측면에서는 인터넷화를 통한 혁신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결여되어 있으며 기존사업을 신규 인터넷화 하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하지 않다. 경영을 위한 마케팅, 인사, 재무 등에 있어 정보수집부터 의사결정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에 이르는 과정에 웹기술을 적절히 활용하여 경영의 효율화 및 투명성을 이루는 노력이 부족하다.

사업적으로는 필요한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 및 서비스를, 필요한 시점에 제공한다는 저스트인타임 (just in time) 마케팅의 실현 및 대상 고객의 명확화에 실패하고 있다. 또한 제품 및 서비스가 전통기업 특성에 맞게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진화하는 비즈니스로 「성공이 입증된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통기업에서는 「입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요구한다.

기술측면에서도 「활용보다는 웹기술이 중시된 인터넷화」 「경영시스템과 영업시스템, 그리고 지원시스템간의 연계부족」 「전통기업 특유의 장벽 높은 비즈니스 모델 부재」 「우수 기술 보유업체와의 폭넓은 제휴 부족」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제조업, 금융업, 유통업 등 업종별 인터넷 추진전략이 전문화 또는 세분화되어 있지 않다.

마지막으로 인터넷화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인터넷 기업문화 수용이다. 경영자로부터 기업내부의 직원이나 고객에 이르기까지 기업활동이나 생활속에 인터넷을 활용하도록 유도할 채비가 되어있지 않다. 또한 인터넷화 추진조직과 일반조직간의 인터넷 사업을 바라보는 의식 및 견해 차이가 상존한다. 다시 말하면 철저한 기업가 정신과 실험정신 그리고 신속성이 요구되는 인터넷 비즈니스는 단기적 목표 및 효과가 중시되는 전통기업에서 서자취급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전통기업의 인터넷화의 성공 여부는 전통기업의 특성 및 핵심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여 물리적 기업 속성과 인터넷 기업 속성의 화학적 융합을 통한 상호보완적 에너지 전환의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강세호 유니텔 대표·국제컨설팅협회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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