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몬 후유지 저 「오다 노부나가의 카리스마경영」
바쿠후(幕府)가 난립했던 16∼17세기 일본 전국시대에는 수많은 영웅들이 출현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들이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그리고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다.
오다 노부나가는 바쿠후가 극렬하게 분열했던 전국시대를 통일하는데 앞장선 인물이지만 그의 오른팔이었던 아케치 미쓰히데(明智光秀)에게 살해되면서 왼팔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대권을 이어받아 통일유업을 완수하게 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에 벌어진 5인의 피비린내 나는 권력쟁탈전에서 최후로 승리한 인물.
세사람이 함께 화제에 오르는 것은 이들의 성격과 리더십의 차이가 분명하게 대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사람을 비교하는 데 자주 인용되는, 너무나도 유명한 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울지 않는 두견새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다.
이때 도쿠가와는 두견새가 울 때까지 기다리고 도요토미는 울게 만든다. 그러나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죽여버린다. 여기서 나타나는 세사람의 성격은 도쿠가와의 경우 인내심이 강하고, 도요토미는 자신감에 차있으며, 노부나가는 성격이 급한 것으로 표현된다.
리더십에 있어서도 도쿠가와가 조직의 질서와 체계를 중시하고 끈기있게 구성원의 의식과 능력을 이끌어내면서 교묘하게 통제하는 형으로 묘사된다. 도요토미는 조직원간 융화를 존중하고 현장의 사기증진을 도모하며 한번 마음먹으면 꼭 관철시키는 유형이다. 이에 반해 노부나가는 독단적인 전제군주형으로서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방식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스타일로 표현되고 있다.
오늘날 일본인들 사이에서 세사람의 인기는 매우 높다고 한다. 현존인물을 포함하여 전 일본 역사인물들을 대상으로 인기 투표를 하면 매번 10위권 안에 랭크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각종 인기 조사에서 거의 매번 1위를 차지하는 인물이 바로 오다 노부나가라는 사실이다. 급한 성격에 잔인한 독재자의 이미지를 갖는 그가 일본인들 사이에서 제1의 우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오늘날의 경영자나 지도자 상에 비추어 볼 때 오다 노부나가는 결단력 있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과감하게 실행할 줄 알았으며 사리사욕이 없고 배짱 있는 인물이었다. 또 인재를 등용할 때는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을 존중했으며 머리가 좋았고 말보다는 실천을 하는 지도자였다.
그런데 과연 일본인들이 이런 모습만을 보고 그를 존경의 대상으로 삼았을까. 따지고 보면 결단력이 있고 배짱이 있으며 지도력과 실천력이 뛰어난 경영자나 지도자가 부지기수이다. 이 책의 저자 도몬 후유지도 이런 질문에 대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노부나가는 낭만주의자였고 자유인이었으며 마음이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그는 울지 않는 두견새를 죽여버리는 것처럼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먹을 권리를 박탈해버리는 비정한 지도자였지만 그의 내면은 항상 품성이 좋은 시인의 그것이었다.
노부나가가 좋아했던 시 가운데는 「인생 50년 천하 만물과 비교하면 덧없는 꿈과 같은 것, 한번 생을 얻어 멸하지 않는 것이 이 세상에 과연 존재하겠는가」와 같은 허무주의 색채가 짙은 내용이 많았다. 자신의 이름을 처음으로 전국에 떨친 「오케하자마 전투」에 앞서 그는 도저히 승산이 없어 머뭇거리던 부장(部將)들 앞에서 「인생 50년…」을 읊으며 『나를 따르라』고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저자는 노부나가의 카리스마가 결국은 허무주의를 억제하면서 사면초가의 현실을 공격적으로 헤쳐나가는 데 그 진면목에 있다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논설위원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