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해 직접 부딪쳐 여러가지 일들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습니다.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지만 정말 보람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6일 개막된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부산 경성대 00학번 김연지(19)양의 말이다.
올해로 다섯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역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젊은 혈기와 패기로 똘똘 뭉친 350여명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을 증명하듯이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약 7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정예요원들인 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들은 영화제가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 있다.
영화제가 시작하기 약 1∼2달 전부터 몇몇 자원봉사자들은 전산팀과 사무보조팀, 자원봉사자의 모든 것을 일괄적으로 담당하는 자원봉사지원팀 등 주요 업무를 배정받았다.
전산팀 자원봉사자인 인제대 96학번 현철민씨(22)는 『대학생활의 마지막을 새로운 도전으로 마무리짓고 싶어 지원했다』며 『취업과 자격증을 위해서만 대학생활을 투자한 것 같아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었습니다. 게시판에 올라온 격려의 글들을 읽으면 일이 힘들긴 해도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컴퓨터에 관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전산팀은 컴퓨터가 행사진행의 중추를 담당하는 만큼 잠시도 쉴 수 없다. 항상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필요한 사항을 업그레이드하며 필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고 있다.
수동적인 영화관람에서 벗어나 영화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 지원했다는 자원봉사팀의 울산대 95학번 박성오씨(25)는 『행사준비로 밥 먹을 시간이 없을 만큼 이리 저리 바쁘게 다니지만 일이 참 즐겁습니다. 하나 하나 일을 해결할 때 뿌듯하고 내 자신이 이 영화제에 조그만 보탬이 된다는 사실에 만족합니다』라고 말했다.
영화제가 개막돼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바쁜 일정속에 지내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가득하다.
부산국제영화제 마니아로 사무보조팀 자원봉사자인 경북대 96학번 박준표씨(22)는 매년 국제영화제가 시작되면 모든 일을 제쳐두고 영화제를 찾는 영화광이다.
박씨는 『누군가 우리의 노고를 알아주길 바라지는 않습니다. 다만 영화제를 관람하는 입장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준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하며 시간과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일이지만 이 일을 통해 느끼는 보람과 경험은 젊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수영만 야외상영관을 총 담당하고 있는 동아대 94학번 정영호씨(26)는 개막시과
폐막식을 위한 행사준비는 물론 야외상영과 관련한 모든 일을 담당하고 있다.
대형 스크린의 설치를 위해 귀국한 외국인 기술자들과 함께 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물론 원활한 영화제의 진행을 위해 많은 야외상영관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하고 지휘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책임감입니다. 영화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나씩 일을 해결하고 그 결과들을 눈으로 확인할 때 가장 뿌듯합니다』라는 박씨는 『이렇게 큰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내 자신이 한몫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밝혔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 이들은 영화를 아끼는 여러 사람들에게 진정한 봉사의 의미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만의 독특한 매력을 전해준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명예기자=김군성·부경대 starnar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