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규 ETRI 정보기반연구팀장 wghaⓐetri.re.kr
다소 진부한 지적 같지만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만큼 인터넷혁명의 대폭발을 경험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주지하듯 우리의 인터넷 인구는 98년 말에 300만이었으나 99년 말에 1000만시대로 진입하였고 내년 초를 전후로 2000만시대에 이를 전망이다.
그렇다면 같은 기간 다른 나라는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을까. 예를 들어 일본의 2000년도 인터넷 백서자료 등에 의하면 EU의 인터넷 인구는 98년말 3300만에서 99년 말 약 5000만으로 증가하였고 금년 말에는 약 6500만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동기대비 1400만에서 1800만으로 그리고 2300만으로 전망하고 있는가 하면, 전세계적으로는 같은 상황에서 1억3400만에서 1억9300만으로 그리고 2억4400만으로 각각 예측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같은 기간에 2배 정도의 증가에 그쳤으나 우리나라는 6배 정도의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이러한 국민적 정보기술(IT)활용 열기를 실체적 문제해결과 가치창출 에너지로 발산시키는가에 달려있다. 여기서는 이 물음에 대해 IT를 활용해 정부·기업·개인의 기능과 역할을 사이버 세계로 확대하거나 물리공간 간의 최적 연계로 새로운 활동공간의 창조 및 국가 시스템의 개혁 등을 위한 종합적인 국가경영 전략을 「IT코리아 이니시어티브」라고 명명하기로 한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먼저 국가 정보화 전략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의 정보화 정책기조는 컴퓨터 파워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대용량 네트워크와 인터넷을 결합한 국가정보기반 상에 제2의 국토건설이라는 「사이버 공간의 개척과 활용」에 비중을 두어왔다. 그 결과 인터넷 인구 침투율, IT산업의 GDP 비율, 첨단 정보통신기반 확보 등의 면에서 각각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산업·교육·금융 등 국가사회의 중추기능과 역할을 IT와 접목시켜 전자공간과 물리공간 간의 재배치와 최적분담 등을 기축으로 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신경영전략으로서 「IT코리아 이니시어티브」를 설계해 선구적으로 제시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작금의 햇볕 정책에 버금가는 정도의 최고 통치권자의 관심이 절대적 관건이다. 동시에 현재의 국가정보화 전략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한편, 전국민 인터넷 열기를 지식정보강국이라는 반석위로 올려놓는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확대전략회의 등의 정기적 개최를 통해 그 진도상황을 확인, 독려하면서 막힌 문제를 풀어가는 운용체제의 보강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정·산·학의 정예 파워 엘리트로 구성된 「IT추진전략회의」 매월 개최 등을 통해 IT 입국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모리 일본 수상의 이니시어티브도 눈여겨 볼 대목이 많다. 특히 상기 전략회의에서는 일본형 IT입국 방향과 세계 최첨단 정보통신망의 조기구축, 국가시스템의 정보기술화 등에 대한 기본시책과 달성시한 등을 명시한 「고도정보통신사회 형성기본법안」(일명 IT기본법)을 입안하는 등 일본 신생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초고속정보통신망에 대한 국가적 위상 재정립도 고려해 볼 일이다. 95년에 시작된 우리의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은 최종목표가 당초 2015년에서 2010년으로 다시 2005년으로 수정, 보완되면서 두 차례에 걸쳐 10년이 단축되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망을 최단 시일내에 전국적으로 제공하기 위하여 경쟁적인 망공급 정책의 도입에 힘입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접속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초고속망 보급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초고속·대용량·양방향이라는 첨단정보통신망 구축개념에서 이제는 초경제성·초안전성·초확장성을 갖는 전자적 정보유통 플랫폼으로의 진화와 쾌적한 전자경제 공동체 인프라 구축개념으로 구조적 전환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정보기술혁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장대한 비전 구상력과 국가적 리더십이 발휘될 때 21세기는 대한민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