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맨, 무선호출기, 게임기기, 노트북컴퓨터, 휴대폰, 개인휴대단말기(PDA), MP3플레이어 등 다양한 형태의 휴대기기가 꾸준히 출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휴대기기로는 단연 휴대폰과 PDA가 꼽힌다. 그런데 최근 들어 휴대폰과 PDA의 통합처럼 여러 휴대기기의 기능을 하나의 기기에 합쳐 놓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한 컴퓨터 및 네트워킹 분야 전문 조사업체 TBR(Technology Business Research http://www.tbri.com)의 최신 보고서를 소개한다. 편집자◆
휴대기기의 유래를 굳이 따진다면, 소니의 워크맨일 것이다. 소니의 워크맨이 처음 시장에 나오면서 전자기기의 본격적인 휴대시대가 열리고 전자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워크맨이 나오기 전까지 휴대기기라고 하면 크기가 작은 가방 정도였다.
이 워크맨이 약 20년전 등장한 이후 최소 10개 정도의 휴대기기가 잇따라 나왔다. 일명 삐삐로 불리는 무선호출기, 휴대게임기, 셀룰러폰 또는 휴대폰, 랩톱 또는 노트북컴퓨터, PDA,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등이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그리고 이들 제품 자체가 계속적으로 작아지고 가벼워지고 있다. 또 동시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갖춘 휴대기기의 상품화 또는 개발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휴대형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플레이어도 그 중 한 제품이다.
지금까지 나온 휴대기기 가운데 현재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휴대폰(셀룰러폰)이고, PDA도 그 못지 않은 인기를 끌며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들 두 제품은 다른 휴대기기에 비해 기능이 실용적이고 매우 뛰어나면서도 가격은 그다지 비싸지 않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무선인터넷시대의 주력 단말기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MP3파일 음악을 재생시켜 들을 수 있는 휴대 음악플레이어와 영상을 e메일 전송에 활용하거나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할 영상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디지털카메라 등도 점차 인기를 끌며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는 필수 휴대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디지털시대에는 휴대기기가 넘쳐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휴대기기지만 가짓수가 너무 많다 보니 사실상 한꺼번에 모두 갖고 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여러 휴대기기의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자연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여러 기능을 하나의 기기에 모았지만 성능은 물론이고 크기도 갖고 다니면서 사용하기에 전연 불편함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술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오래지 않아 이 모든 휴대기기 기능을 두루 갖춘 통합기기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너무 많은 기능을 한 곳에 모으면 필요하지 않은 기능이 있을 수도 있고 또 기능적으로 만족스럽더라도 가격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쌀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실 단일 제품이라면 그 수요 대상이 전문가나 엔지니어가 아니라 일반인이어야 하는데 어떤 기능을 접목시키고 가격을 어떤 수준으로 설정해야 하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일반적으로 수요자들은 보안기능, 유연성, 컴퓨터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휴대할 수 있고 사용하기 쉬운 단일 제품을 원한다. 따라서 복합 기능을 갖춘 단일 휴대기기의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연성, 가격, 네크워크 연결 여부가 될 것이다.
실제로 전자·정보통신기기 제조업계에서는 다기능의 단일 휴대기기 개발 및 상품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두드러지는 곳은 휴대폰 제조업계. 2003년이 되면 전세계적으로 가입자가 12억명에 이르게 될 휴대폰은 전세계에 골고루 보급돼 있는데, 네트워크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문자통신 및 인터넷 접속기능 등을 갖춘 기기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지금도 사용자들은 휴대폰으로 주택경보장치를 조종할 수 있고 핸드폰을 리모컨이나 전자지갑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PDA를 기반으로 하는 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팜컴퓨팅을 비롯해 핸드스프링 등 주요 PDA 업체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데 현재의 디자인을 기본 플랫폼으로 삼고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무선 네트워크 어댑터 등과 같은 주변기기들을 추가시키는 방법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다기능 단일 휴대기기 분야에서는 소니가 주도 업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주목된다. 시장파악 능력이 뛰어나고 유통망이 방대할 뿐 아니라 자체에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디지털비디오카메라, DVD플레이어, 디지털TV 등과 같은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고 이들을 통합시킬 수 있는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회사는 팜OS 기반의 PDA인 「소니 팜(sony palm)」을 곧 출시해 이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소니 팜의 장점은 소니제로 이루어진 가정내 오락시스템의 리모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니 팜을 사용하면 데이터는 소니의 소형 메모리칩인 「메모리스틱」을 통해 한 기기에서 다른 기기로 쉽게 옮길 수 있고, 음악과 영상은 인터넷에서 메모리스틱으로 간단히 내려받은 다음 소니 팜으로 복사할 수 있다. 역으로 소니 팜을 통해 영상과 문자 메시지를 메모리스틱에 저장한 다음, 컴퓨터로 옮겨 e메일로 보낼 수도 있다. 또 세계에 가장 널리 보급돼 있는 팜OS에 기반하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수천종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단거리내에 있는 기기들을 무선으로 연결시켜 주는 무선통신기술인 「블루투스」를 채택해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등과 연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제품면에서는 휴대폰은 물론 PDA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조만간 등장,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퀄컴과 모토로라, 스웨덴 에릭슨, 핀란드 노키아, 대만 에이서, 소니 등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은 웹 액세스 기능을 휴대폰으로는 물론 PDA로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개발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다양한 PDA OS를 가진 휴대폰을 제조하는 작업은 원가가 비싸고 실패할 위험도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휴대폰과 PDA의 접목과 관련해 관심을 끄는 또다른 문제는 통합의 중심 제품이 무엇이 될 것인가다. 즉 휴대폰에 PDA가 합치느냐, 아니면 PDA에 핸드폰이 통합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PDA는 인터넷 브라우저용으로 쓸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해 휴대폰은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강력한 파워를 갖고 있으면서 이어폰과 마이크폰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크기도 작다. 그러나 작은 크기는 단일 복합기기에서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리고 사용자들이 음성통신보다는 데이터통신을 보다 선호하는 무선인터넷을 전제로 하면 PDA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어쨌든 휴대폰과 PDA는 궁극적으로 하나의 기기로 통합되거나 블루투스나 유선으로 연결해 연계성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 두 휴대단말기의 통합이나 연계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각사가 채택하는 OS의 표준화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물론 휴대폰이나 PDA가 어떤 하드웨어, 어떤 운용체계를 사용하든지 사용자들은 서비스 사업자에게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하드웨어가 어떤 기능이나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하든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무선서비스사업자는 사실 휴대기기를 겨냥한 통신사업자다. 새로운 플랫폼, 프로토콜, 기능, 애플리케이션 등을 계속 제공하는 것은 PDA나 휴대폰 제조업체이지만 최종적으로 상황을 좌우하는 것은 이들 서비스사업자다. 따라서 이들의 요구에 맞춰 휴대기기의 생산비용은 낮아지고 제공되는 기능은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