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분야의 e마켓플레이스가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철강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 분야 e마켓플레이스에 대한 회의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일 현재 산업자원부에 등록돼 있는 관련 사이트는 포항제철에 운영하고 있는 스틸엔닷컴(http://steen.com) 문배지역의 유통전문기업이 설립한 이스틸몰닷컴(http://www.esteelmall.com) 등 9개사. 이들 중 몇 사이트는 미미한 수준이나마 거래가 일어나고 있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사이트 이름만 등록한 상태다.
다른 업종의 e마켓플레이스 운영 수준이 비슷하다는 면에서 보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지만 이 분야 전문가들은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철강분야 e마켓플레이스 활성화에 물음표를 던진다.
전문가들이 꼽는 근본 이유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비롯한다. 대부분 업종은 수요와 공급의 시장경쟁체제가 웬만큼 구축돼 있어 구매자가 중심이 돼 구매력을 담보로 e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할 경우 공급자의 참여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부 공급자들 사이에서는 e마켓플레이스 참여에 큰 메리트가 없다는 이유로 꺼리기도 하지만 구매력이 클 경우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어 n 대 n 개념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비해 철강분야는 공급자에 대한 의존도가 아주 높다. 거래 자체가 철강제품을 만드는 대형 제철소에 다수의 구매자가 묶여있는 형태다. 이 때문에 철강분야 e마켓플레이스는 구매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나마 거래가 일어나고 있는 사이트조차 한 개의 공급자에 다수의 구매자가 묶이는 상황이다. 앞서 예를 든 스틸엔닷컴이나 이스틸몰닷컴 역시 특정 공급사가 중심이 돼 있다.
이런 이유로 3개여월 전부터 SK글로벌·쌍용·효성 등 국내 종합상사가 연합해 추진하고 있는 철강완제품 e마켓플레이스는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당초 SK글로벌은 홍콩의 아이스틸아시아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e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국내 시장에서 기반을 우선 만들자는 전략으로 수정, 다른 종합상사와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SK글로벌 관계자는 이 분야 관계사들에 설득작업을 하고 있지만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업종이 e마켓플레이스 구축이 가능한 토대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당연한 말 같지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e마켓플레이스 구축 상황을 돌이키면 새겨볼 만한 지적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