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 드라이브시장 「戰雲」

그동안 퀀텀이 독주하다시피 하던 테이프드라이브 시장에 IBM·HP·시게이트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출사표를 던지면서 이 시장을 둘러싼 시장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IBM과 HP, 시게이트 컨소시엄이 개발한 테이프드라이브는 「LTO」. 「LTO」는 테이프드라이브의 규격으로 카트리지당 최대 200G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으며 전송속도는 초당 30MB다. 컨소시엄을 이룬 3사는 이 규격에 따라 각자 제품을 만들어 출시하고 있다.

한국IBM(대표 신재철)은 지난 9월말 「LTO」 규격에 따른 테이프드라이브 제품을 국내대리점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시게이트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는 오션테크놀로지(대표 김학영)와 한국HP(대표 최준근)도 이달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IBM 저장장치 사업부 신영민 부장은 『테이프 저장장치는 단품판매보다는 중대형컴퓨터 업체에 공급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비중이 높기 때문에 IBM과 HP가 「LTO」를 선택한 이상 분명한 시장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맞서 그동안 테이프드라이브 시장을 석권해오던 퀀텀은 기존 「DLT」를 개선한 「슈퍼DLT」 개발을 완료했다. 「슈퍼DLT」는 카트리지당 최대 저장용량이 200GB며 테이프 뒷면에 데이터를 읽는 헤드가 데이터가 저장된 트랙과 정확히 일치하도록 하는 옵티컬가이던스 기술을 적용해 안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퀀텀코리아(대표 박용진)는 이 제품을 내년 1·4분기 국내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박용진 사장은 『지난 93년 DLT가 최초로 출시된 이래 세계적으로 140만대의 드라이브와 4000만개의 카트리지가 판매됐다』며 『이미 DLT가 테이프드라이브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슈퍼DLT로 기존 시장점유율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처럼 테이프드라이브 시장이 경쟁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이유는 수요확대와 안정적인 이윤확보 때문이다. 퀀텀이 전세계적으로 83%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독점양상을 보여온 테이프드라이브 시장은 인터넷 확산에 따라 기업이나 기관에서 보관해야 할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테이프드라이브 시장 역시 지난해 100억원 규모에서 올해 150억원 정도로 성장했으며 내년에는 최소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또 금융권 등에 집중돼 있던 수요처가 인터넷데이터센터나 보안장비로 급부상한 디지털비디오리코더(DVR) 등으로 확대되면서 시장전망을 한층 밝게 만들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