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모범적인 운용사례(레퍼런스 사이트)가 적극적으로 발굴·소개돼야 한다는 게 리눅스 업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리눅스 분야에서 내세울 만한 모범적인 운용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 리눅스 업계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리눅스 운용체계와 애플리케이션 설치비용이 윈도NT의 100분의 1에 불과하고 낮은 사양의 시스템으로도 유닉스와 동일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리눅스 업계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세울 만한 모범 운용사례가 없다는 것은 리눅스 업계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전산분야는 동종 업종에서 어떠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지가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가령 특정 금융기관의 CIO나 CTO가 새로운 정보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CIO나 CTO는 경쟁입찰에 참여한 기업을 대상으로 각자 제안한 정보시스템에 관한 벤치마크 테스트를 실시해 우열을 가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다른 금융기관들이 무슨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지가 의사결정에 더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흔히 SI사업자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는 자신들이 특정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등에 시
스템을 납품했다는 사실을 중요한 영업전략의 하나로 활용한다.
그렇다면 아직 리눅스 업계에 내세울 만한 모범 운용사례가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공공기관의 보수적인 전산투자가 가장 큰 원인이다. 공공부문은 신뢰성 있는 대국민 서비스와 보안을 생명으로 한다. 따라서 이들 기관에서 일하는 전산인력은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여기다 아직 정부·공공기관 전산인력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리눅스 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리눅스는 시스템 납품 후 유지보수 서비스의 질이 높지 않다는 견해가 매우 폭넓게 확산돼 있다
유닉스나 윈도NT 등 운용체계를 활용한 정보시스템은 유지보수서비스의 책임 한계가 분명한 데 반해 리눅스는 운용체계가 공개됐다는 점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 유지보수의 책임 한계가 불명확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보수적인 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게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IT담당자들이 토로하는 고민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야만 비로소 리눅스 업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모범 운용사례들이 잇따라 등장할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등에 전혀 모범 운용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전산원은 대표적인 리눅스 활용기관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전산원은 현재 유닉스웨어와 솔라리스 등으로 이원화돼 있는 정보화근로사업과 정보화지원사업 홈페이지 및 사업관리시스템을 리눅스 환경으로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데 이어 자체 홈페이지에도 리눅스를 활용, 공공기관의 리눅스 운용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재정경제부·삼성물산 골든게이트·SK증권·삼성투자신탁 등 기관과 업체에서도 자체 홈페이지나 통합 데이터베이스관리 등 목적으로 리눅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기관 외에 교육부 국방부 등이 학내 전산망이나 국방 정보화 프로젝트에 리눅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소규모 정보화사업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규모를 확산하는 전략이 리눅스 활성화에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령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나 민원접수시스템 등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사업을 중심으로 리눅스 업체들이 모범 운용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한다면 리눅스의 앞날이 그렇게 어둡지 않다는 지적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