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전송망 갈등>상-실태와 쟁점

◆한국전력의 케이블TV 전송망사업에 대해 불만을 가져온 케이블TV방송사(SO)들이 마침내 법정투쟁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

국내 케이블TV 전송망 사업이 어떻게 추진돼 왔으며 왜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는지, 또 해결방안은 무엇인지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1948년 미국에서 난시청 해소를 목적으로 실시된 케이블TV방송은 고도 정보사회로의 새로운 환경변화에 따라 다양한 채널을 서비스하는 현재의 케이블TV로 발전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95년에 케이블TV방송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77개 SO와 44개 PP, 2개 NO가 이 산업을 이끌어 오고 있다.

케이블TV방송은 SO(System Operator)와 PP(Program Provider), NO(Network Operator) 등 3자가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가능해진다.

SO는 PP나 위성방송 등으로부터 받은 프로그램을 전송망을 통해 각 가정으로 내보내게 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케이블TV방송은 제대로 이뤄질 수 없게 된다.

국내 전송망 사업은 한국전력과 한국통신 양대 공기업에서 맡고 있다. 이 중 한전이 42개 SO에 전송망을 제공하고 있으며 나머지 35개 SO는 한국통신 전송망이나 자체 전송망을 통해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한전은 그동안 케이블TV 전송망사업을 위해 케이블TV전송망(HFC망) 광케이블을 약 4000㎞, 동축케이블을 약 3만8000㎞ 깔았으며 전송장치로 광장치와 동축장치, 망 감시장치 및 전력공급장치 등을 설치하는 데 4000여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SO들로부터 받아들이는 망 사용료는 연간 200억원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누적적자가 계속해서 발생, 97년부터는 신규 망 설치를 중단하고 기존 시설에 대한 유지보수에만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전 전송망을 사용해 온 SO들은 크게 세가지 사항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하나는 케이블 전송망의 노후화로 인해 방송의 질을 향상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97년 이후 적자를 이유로 전송망 업그레이드나 신규 설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사항은 한전이 일방적으로 전송망 사업을 전담할 자회사인 파워콤을 설립해 이를 민영화하기로 한 것이다.

SO들은 정부가 케이블TV를 21세기 고도 정보화 사회에 대비해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과 고부가 영상산업 진흥을 위해 국가 전략산업으로 도입했고, 공기업인 한국전력을 전송망사업자로 지정해 케이블TV 사업의 조기정착과 국가발전에 기여토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전은 93년 국회보고에서 자가 광통신망과 전주 등 막대한 국가자원을 이용, 대 국민 케이블TV 전송망서비스의 적기공급 및 염가제공을 해 케이블TV사업의 조기정착과 국가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97년말 한국전력은 전국 53개 케이블TV방송국과 체결한 전송망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방송법을 무시한 채 전송망 사업을 중단해 케이블TV 사업을 부도위기로 침체시켰으며 99년 초에는 계약 당사자인 SO의 동의도 없이 자회사 파워콤을 설립, 전송망 사업을 승계시키고 파워콤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함으로써 한전은 약 4조원의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케이블TV사업자에게는 약 4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손실을 야기시켜 케이블TV 산업 자체를 도산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한전 측은 IMF 이후 한전 자체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전송망 사업을 분사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보면서 망 업그레이드나 추가설치 등을 할 여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