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병원-포항공대 공동, 제4세대 사이클로트론 개발

암 진단과 반도체 설계 등에 필수적인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설비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국산화됐다.

원자력병원 사이클로트론 응용연구실 채종석 박사팀은 10일 포항공대, 포항가속기연구소 등과 공동으로 원자력연구개발 중기사업의 하나로 총 19억6000만원의 연구비를 투입,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장치인 300만전자볼트(eV)급 사이클로트론(cyclotron) 제작기술을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본격 상용화에 나서는 내년부터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한 방사성동위원소의 생산·공급이 국내에서도 본격화돼 연간 1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제4세대 사이클로트론인 음이온가속기로 내부의 빔을 99% 끄집어낼 수 있는 고효율의 장치이며 방사능의 발생을 최소화한 형태다. 특히 온·습도에 강한 강인성 설계기법을 채택, 고장률을 크게 낮췄다.

사이클로트론은 보통 300만eV의 성능을 가진 것부터 상용화되고 있는데 300만eV의 경우 수입가가 6억∼7억원, 1300만eV급의 경우 20억∼25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사이클로트론은 물리학·전자공학·기계공학 등 첨단기술이 복합된 고부가가치의 장비로 암 진단 첨단장비인 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PET)에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전용으로 생산하는 장치다.

최근 도입이 증가하고 있는 암 진단장비인 PET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장치인 사이클로트론이 필수적인데,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전산화단층촬영(CT)이 일정 크기 이상의 종양만을 찾아낼 수 있는 장비인 반면 PET는 방사성동위원소(●-18, O-15, N-13 등)를 이용, 종양이 형성되기 이전에도 암 발생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올해 말부터 상용 사이클로트론을 제작, 수입가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공급하는 한편 2001년까지 1000만eV급 사이클로트론의 개발을 끝낼 계획이다.

채종석 박사는 『사이클로트론의 국산화로 공급가격이 저렴해지고 안정적인 유지보수가 가능해지면 중소형 사이클로트론의 국내 보급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일반 국민들도 쉽게 암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100만eV급의 경우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패턴 형성 등에 즉시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