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기술표준 정부개입 안팎-동기 방식 유도 극약처방

IMT2000 주파수를 동기용, 비동기용, 임의대역으로 나누어 공고해 최소한 1개 또는 2개의 동기 사업자를 허가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일종의 극약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업계 자율」을 외치면서 물밑에서 각 사업자들에게 동기 전환을 종용했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던 정부로서는 동원 가능한 「초강수」를 들고 나온 셈이다.

기존 정책을 스스로 완전히 뒤집은데 따른 여론의 거센 비판, 사업자들의 저항 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마지막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사정이 그만큼 급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통부 사정>

동기식 사업자가 최소한 1개 이상 되어야 한다는 정통부 정책진의 신앙(?)에 가까운 믿음은 「시장」이 철저히 외면함에 따라 사실상 업계 자율을 더 이상 밀고나갈 힘이 없어졌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정통부 내부에서도 누군가가 총대를 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급기야는 안병엽 장관이 정책심의위의 견해를 수용하는 형식을 통해 주파수를 지렛대로 활용한 동기 강제 유인정책이 나오게 됐다.

그러나 정통부의 이같은 결정은 그간의 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뒤집었다는 점에서 혹독한 여론의 비판은 몰론 가장 중요한 정책 신뢰성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실제로 안 장관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선회에 따른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사과를 표명했다. 현 정부에서 정책 실패를 자인하면서 국민에게 사과한 것은 금융권 공적자금 투입 문제를 다룬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에 이어 두번째다.

아무튼 정통부는 마지막 칼을 빼든 이상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총력을 경주할 태세다. 안 장관이 SK텔레콤을 비롯한 각 사업자들의 오너 및 회장들을 공개적으로 만나 동기 채택을 권유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주파수 구분 의미>

주파수 대역을 기술표준별로 나누는 것은 이미 정부가 갖고 있던 복안이었다. 정부 계획은 「동기용」 「비동기용」 「임의대역」으로 구분하는 것이고 내심 여기에 해당하는 사업자까지 상정하고 있었다.

즉 동기용은 SK텔레콤 혹은 한국통신, 비동기용은 LG글로콤, 임의대역은 한국통신 혹은 SK텔레콤용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통신 및 SK텔레콤을 가급적 동기로 유도해 2동1비를 만들되 정 안되면 이 가운데 한곳의 비동기 선택을 허용, 1동2비 구도를 갖추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이같은 전략이 유효하다면 동기 압박은 한국통신과 SK텔레콤에 집중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SK텔레콤의 경우 민간기업에 정부 의지를 강권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가장 클 것이다. 시장의 반응도 엄청난 부담이 된다. 한국통신 역시 기업가치 하락을 우려한 노조 등 내부 반발이 예상된다.

<누가 동기로 가나>

정부나 사업자 모두 시간이 별로 없다. 사업권 신청이 이달말이라는 점에서 표준 결정은 이번주 내에 끝내야 한다.

벼랑끝 협상의 특성상 예기치 않은 막판 빅딜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2동1비의 구도로 굳어지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있을 수 있다. 3개 사업자가 모두 비동기를 신청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비동기 2개 사업자만 이번에 선정하고 나머지 1개 동기사업자는 내년 3월께 추가로 선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만약 정부의 설득과 회유(인센티브)라는 약효가 먹혀 둘 가운데 어느 한 곳이 동기로 선회하더라도 반드시 물귀신 전략을 펼 것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예컨대 한국통신이 「SK텔레콤과 함께」라는 전제하에 동기를 결정할 수 있고 SK텔레콤 역시 한통을 물고 들어갈 것이 뻔하다. 시장 구도상 그같은 그림이 서로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으면 SK텔레콤, 한국통신은 물론 LG글로콤까지 사업자는 모두 「나는 비동기로 가고 누군가가 동기로 가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갖고 있는 셈이다.

아무튼 이제 공은 사업자에게 다시 넘어 왔다. 정부로서는 너무 큰 출혈을 감수한 채 손을 털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