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 인터뷰]루슨트 벨연구소의 리처드 하워드 박사

◆이동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에서 비롯된 통신혁명은 이제 통신업계뿐 아니라 IT업계 전체의 지도를 바꿔 놓았다. 더구나 이동통신과 인터넷이 결합된 무선 인터넷의 등장은 IT업계에 「융합(컨버전스)」이라는 테마를 형성하며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또 한차례 통신혁명을 가져올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의 상용화가 불과 2∼3년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이동통신은 최근 IT업계의 최대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 방향과 이로 인한 IT업계의 흐름을 알아보기 위해 「이동통신기술의 메카」로 불리는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벨 연구소의 무선통신 부문 책임자 리처드 하워드 박사와 e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상반기에 영국과 독일에서 실시된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3G)용 주파수 경매에서 참가업체들의 입찰액이 각각 343억달러, 485억달러에 달하는 등 과열양상을 보일 정도로 세계 이동통신업계의 관심은 온통 3G에 쏠려 있다. 정상정인 현상으로 봐야 하는가.

▲3G가 업체들로부터 관심의 표적이 되는 것은 무선 인터넷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최근 몇년간 볼 수 있었던 유선 인터넷 이용 인구의 폭발적인 성장은 무선 인터넷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주식시세나 스포츠 경기결과 같은 텍스트 기반의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3G서비스의 도입은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동영상을 가미한 새롭고 다양한 무선 인터넷서비스는 소비자들에게도 많은 호응을 얻을 것이며 이는 곧 3G서비스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의 휴대폰 보급률은 30% 수준으로 50%에 가까운 유럽에 비해 뒤처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CDMA, TDMA, GSM 등 여러 기술 표준이 난립해 있어 3G 도입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과 유럽의 이동통신환경을 단순히 휴대폰 보급률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의 휴대폰 보급률은 이탈리아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며 유럽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지역에 따라 보급률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기술방식에 대한 간섭은 가능한 줄이고 서비스에 이용되는 주파수 대역만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유도되는 통신사업자들간의 자율경쟁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통신요금의 하향화를 가져온다. 이 과정에서 유사한 기술을 가진 사업자들은 자연스레 통합될 것이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플랫폼 구축과 공동 브랜드를 통한 고객 관리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는 자유시장체제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다양한 표준이 존재한다는 것이 3G 도입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신은 지난 78년 루슨트의 벨 연구소에 참여한 이래 이동통신기술 개발 과정을 계속 지켜봐 왔다. 80년대초 이동통신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는가.

▲내가 보기에는 시간이 걸릴 만큼 걸린 것 같다. 사실 나는 이상적인 면을 많이 갖고 있다. 아무튼 이동통신기술 발전과정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집적회로(IC)기술의 급속한 발전이다. IC기술 발전이야말로 이동통신의 폭발적인 성장의 진정한 이유다. 이는 컴퓨팅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엄청난 비용절감을 가져와 오늘날의 저렴하고 대중화된 이동통신을 실현시켰다.

-휴대폰은 이제 단순한 전화가 아니라 정보기기, 오락기기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다기능을 갖추고 가격이 비싼 제품 대신 저렴한 가격에 통화품질만 깨끗하다면 단순한 기능의 휴대폰을 구입하겠다는 소비자들도 많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 같은데.

▲나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저렴하면서도 여러 기능을 갖춘 단말기를 선택할 것이다. 물론 크기는 보통 휴대폰만큼 작으면서도 내가 필요한 기능은 다 갖추고 있어야 한다.

나는 IC 가격의 인하로 인해 다기능 단말기의 가격도 빠르게 내려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제품 선택에 있어 관건은 제품의 크기와 편리성이다.

카메라의 발전 과정을 생각해보자. 카메라는 탈착이 가능한 렌즈와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면서 크기가 점점 커지고 가격도 많이 올라갔다. 그러던 중 기술의 발전으로 웬만한 기능은 다 갖추었으면서도 저렴한 가격의 카메라가 출시되자 이러한 제품은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는 무선 단말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은 기능과 가격면에서 두루 경쟁력을 갖춘 단말기를 등장하게 할 것이다.

-3G 기술의 잠재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3G는 1992년에 처음으로 제안되었다. 국제전기전자학회(IEEE)가 당시 실시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첨단 기술혁명이 통신환경을 바꾸어 우리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응답자 중 15%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오산이었다. 기술혁명으로 일반 유선전화 서비스의 경우 요금이 거의 무료에 가까울 정도로 떨어졌다. 또한 인터넷과 휴대폰은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분으로 깊숙이 자리잡았다.

초기에 3G는 서킷교환 음성네트워크와 관련된 다소 이상적인 개념에서 출발했으나 이제는 정보통신혁명을 이끄는 주역이 되었다. 머지않아 전세계적으로 유선보다는 무선기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선 인터넷은 세계적 대세이며 이를 이끄는 것은 다름아닌 3G서비스일 것이다.

-3G를 위한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을 판단하는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무엇보다도 3G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위해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하고 주파수를 매입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 경제상황 또한 3G 도입과 관련해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될 것이다. 경제가 위축되어 업체들의 수입이 줄어든다면 업체들로서는 그 많은 초기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외에 3G서비스를 실현시켜 줄 소프트웨어 개발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3G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만약 4세대 이동통신(4G)을 상상한다면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겠는가.

▲4G는 3G보다 더 나은 대역폭과 안정성을 제공해야 하며 전세계의 네트워크를 전면적으로 전환시킬 만큼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 4G에 대한 제안들은 많으나 전면적인 혁신을 이루기 전에 먼저 충분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또하나 4G의 발전으로 일반 전화기부터 대형 모니터를 가진 컴퓨터까지 사용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통합 서비스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이다. 이동성이라는 이점을 가진 무선 단말기는 이러한 변화의 한 단계일 뿐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