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송망 사업 민영화를 놓고 한전과 케이블TV방송(SO)업체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립은 케이블TV전송망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근본적인 시각의 차이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한전은 케이블TV전송망을 수익을 위한 하나의 「사업」 정도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사업을 매각, 민영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SO업체들은 케이블TV 전송망이 사적인 수익사업이 아닌 「국가 기간산업망」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정부에서 산업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장기간 투자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SO들은 케이블TV방송을 시작할 때 이미 10년동안 장기 투자가 필요하며 이 기간에는 수익을 거두기보다는 막대한 시설투자로 인한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적자를 이유로 시설투자를 포기한다거나 민영화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케이블TV전송망 사업을 민영화해야 한다면 케이블TV산
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SO들은 한전과 맺은 전송망 이용계약을 포괄적으로 파워콤에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SO와 PP들이 파워콤 지분을 인수, 우호적인 세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현행 전송망 이용료(15%)를 3∼4년간 유지해 줄 것도 제시하고 있다.
전송망의 상하향 주파수 대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SO의 전송망 부설 및 유지관리를 위해 한전 전주·관로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SO업계의 요구사항은 현재까지 하나도 받아들여진 것이 없다. 그동안 문제해결을 위해 한전 관계자와 수차례 협의해 온 SO들은 더 이상 대화로 풀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 급기야 이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최후의 수단을 선택한 것이다.
<인터뷰> 유재홍 한국케이블TV방송국협의회 회장
-케이블TV전송망 문제 왜 발생했나.
▲한전은 케이블TV전송망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SO와 PP에게 막대한 사업손실을 가져다주는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97년부터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SO와의 전송망계약(기간 10년)을 일방적으로 파기했을 뿐 아니라 전송망 포설도 일방적으로 중단, 이로 인한 SO와 PP의 98년까지 누적적자가 9793억원에 달할 정도다.
-한전이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조정 차원에서 파워콤을 매각하는 것은 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한전이 파워콤을 민영화하거나 케이블TV전송망 사업을 하면서 막대한 적자를 감수해 왔기 때문에 전송망사용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는 현재까지 SO·PP가 겪고있는 경영적자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자사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일방적 주장이다.
-한전을 상대로 파워콤 주식 가처분 신청을 한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최근 한전이 케이블TV 전송망 계약 당사자인 SO의 동의없이 파워콤에 전송망을 승계하고 파워콤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는 것은 민법 제390조를 위반하는 행위다. 한전이 이러한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SO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손해를 입은 SO들은 법에 의해 권익을 되찾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 계획인가.
▲한전이 SO들의 요구를 계속 무시한다면 우리 케이블TV업계는 앞으로 한전과 파워콤이 요청하는 전송망 사용료 인상 등 어떠한 요구도 전면 불응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SO사업자 모두가 종합유선방송 사업권을 국가에 반납하고 케이블TV사업을 포기하는 불행한 사태도 각오하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