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손을 얹고 마돈나에 대해 생각해 보자. 어떤 수식어가 떠오르는가. 「섹스의 화신」 「스캔들 제조기」 「뉴스 메이커」 뭐 대충 이런 단어들이 떠올랐다면 그는 마돈나를 가십 기사나 아찔한 화보상으로만 접했거나 또는 「육체의 증거」 같은 끈적한 영화로 접한 사람일 것이다.
반면 「만능 엔터테이너」 「트렌드 세터」 「탁월한 뮤지션」 「사업 수완가」 등의 말들이 떠올랐다면 그는 마돈나르 제대로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영화를 봐도 「에비타」나 아벨 페라라의 컬트 영화 「스네이크 아이」를 봤을 것이며 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새로운 유행이 시작됨을 감지했을 것이고 그녀가 앨범 「부클릿」의 작곡자와 프로듀서라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또 앨라니스 모리셋이 마돈나가 운영하는 음반기획사 매버릭의 소속 뮤지션임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
이렇듯 마돈나는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금강산의 「만물상」처럼 카멜레온 같은 존재다. 마돈나는 자신의 매력과 능력, 스캔들, 그리고 떠도는 루머까지도 한데 묶어 마케팅에 이용한다. 자신을 철저하게 상품화해도 전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바로 진정한 「프로」가 바로 그녀다.
기네스북에는 마돈나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앨범을 팔아치운 여성 팝 뮤지션으로 올라있다. 이는 그녀의 음반이 대박의 필요조건인 아티스트의 인지도와 화제성, 그리고 음악성 등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준다. 때론 처녀처럼, 때론 창녀처럼, 그리고 어떤 때는 성녀로 변신하며 연이은 히트 행진을 멈출줄 모른다.
그런 그녀가 요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불혹의 나이, 아티스트로서의 진검승부를 위해 자신의 음악성을 강조한 신보 「뮤직」을 내놓은 것이다.
물론 전작 「레이 오브 라이트」에서 테크노 음악을 시도해 방향 전환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이번 앨범이야말로 비로소 그녀를 아티스트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섹스어필하거나 화려한 댄스가 없어도 일렉트로니카라는 새로운 음악장르로의 변신에 성공, 완전히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현한 느낌이다.
외모는 컨트리 음악을 연상케 하는 카우걸 차림이지만 그녀는 복잡한 전자악기가 섞인 테크노 사운드를 펑크와 힙합, 어쿠스틱 기타까지 동원해 대중적이면서도 그녀만의 독창성이 돋보이도록 하는 음악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음반을 모니터하면서 필자는 『마돈나, 당신에게는 불가능이란 없군』하고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이 말을 마돈나가 들었으면 어떻게 답했을까. 혹시 시큰둥하게 『헤이 맨, 그건 음악(Music)일 뿐이야, 알아?』 하지 않았을까.
<이기원 대중음악 칼럼니스트·드라마 작가 heymrlee@netsg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