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에어>맛있는 요리프로 재미도 꿀맛

음울하면서도 신비적인 분위기를 주는 외화 「X파일」의 주제곡이 배경 음악으로 흐르는 가운데 이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주방장 복장」에 앞치마를 걸친 강호동이 무대에 등장, 수다를 떨어대기 시작한다.

그는 「조금만 먹어도 먹은 것이 다 힘으로 가는 요리」라는 그날의 요리 주제를 이끌어내기 위해 독일 유명인사의 철학에 대해서도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요리 재료를 소개하는 방식도 코믹하다. 『오늘은 육해공의 재료가 다 모였네요. 아, 공군은 뭐냐구요? 이 달걀이 바로 공군 방위라 할 수 있죠.』

케이블 요리채널인 「채널F」가 최근 방영한 「강호동의 파워 쿠킹」의 한 장면이다.

채널F의 요리 프로그램은 이런 식이다. 일단 재미있고 신선하다. 「즐거운 요리, 맛있는 TV, 채널F」라는 슬로건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일까. 지난 6월 하루 18시간 방송을 시작한 이래 서서히 시청률이 상승세를 타더니 9월 개편 이후에는 단숨에 TNS 조사 주간 시청률 7위까지 뛰어올랐다.

신규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73개 케이블방송국(SO)에서 보급형을 포함해 대략 200만 가구가 이 채널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채널F는 단기간에 얻은 인기의 비결을 「주요 시청층인 2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까지의 여성들에게 확실히 어필했다」는 데에서 찾는다.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의 요리 프로그램들은 일일 고정물이나 토크쇼 및 오락 프로그램 등의 한 코너로서 선보이면서 꾸준히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지루하게 요리법만을 소개하거나 너무 오락성에만 치우친 까닭에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쳤다.

채널F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시청자가 보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식문화라는 주재료에 오락성과 전문성이라는 감칠맛나는 양념을 가미했다.

1차 타깃인 주부 외에 요리에 관심있는 다양한 시청자층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도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솔로의 행복한 만찬」은 이미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역대 미스코리아들이 등장해 예비주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요리를 선보이는 「달콤한 신부」나 각국의 와인을 두루 만날 수 있는 「와인클럽」 등도 제목만큼이나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최근 채널F는 인기에 부응할 수 있는 프로그램 질의 향상과 남성 시청자층의 확대를 위해 고심중이다.

아직 해외에 비해 전문적인 음식 촬영기법이 덜 발달돼 있는 채널F로서는 향후 신설될 해외 프로그램들에 밀리지 않으려면 보다 세련된 프로그램 제작 노하우를 개발해야만 한다.

또 채널F 인터넷방송국을 찾아오는 네티즌들을 어떻게 케이블 채널로 끌어안을까도 채널F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음식(Food)을 매개로 가족(family)·친구(friend)와 함께 보는 재미있는(funny) TV를 표방한 채널F가 보다 알찬 프로그램들로 꽉찬(full) 채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