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 일색이었던 미국 하이테크 산업계에서 정보기술(IT)의 미래에 대한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PC 제조업체가 늘고, 휴대폰의 수요 예측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는 아직 미국 IT 시장이 확대 경향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전의 기세는 약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 분야인 PC와 통신을 보면 다음과 같다.
◇PC
미국 하이테크 산업 경기의 견인차인 PC시장의 성장에 둔화 조짐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7∼9월 미국의 출하대수가 4∼6월에 비해선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전년동기비 증가율이 10.6%에 그쳤고, 올 한해 성장률도 94년 이후 최저인 12% 정도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데이터퀘스트도 성장 한계성을 지적하면서 2002년 이후에는 시장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PC시장의 성장 둔화 전망은 저렴하면서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경쟁 상품의 급부상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 아직은 일시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기업들의 PC 투자 위축도 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미국의 성장 둔화는 세계 PC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는데 세계시장은 20% 안팎의 성장이 예상됐다.
◇통신 시스템
연 30%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해 온 교환기, 라우터 등 미국 통신 시스템 수요도 일부 분야에서이지만 둔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보급으로 통신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는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요금의 하락으로 통신사업자의 투자 효율성이 떨어질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결과로 분석됐다. AT&T의 경우 지금까지의 적극적인 투자 결과 부채가 크게 확대,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기는 힘들 것으로 지적됐다.
또 자산 운영업체인 선포드C반스타인은 내년도 미국 통신산업의 설비투자는 올 전망치보다 9% 줄어든 1060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통신 설비투자는 「인터넷 수요 증가로 상승세를 계속 타고 있어 앞으로도 고속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예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강세」와 「약세」 전망이 혼재돼 있는 상태다.
◇휴대폰
최근 휴대폰의 수요 예측에 대한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휴대폰에 탑재되는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서(DSP) 반도체의 최대 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는 올 세계 휴대폰 수요가 당초의 4억3500만대에서 4억∼4억3500만대가 될 것이라고 발표, 사실상 하향조정했다. 모토로라도 당초 4억2500만∼4억5000만대로 예측했던 세계 수요를 4억1000만∼4억2500만대로 조정했고, 2001년도 예상수요도 당초의 6억∼6억5000만대에서 5억2500만∼5억7500만대로 낮춰 발표했다.
또 미국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그룹도 「지난해 세계 휴대폰 가입자가 전년비 54% 증가했지만 앞으로는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는 등 성장 둔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