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의 벽을 넘어 2050>이지디지탈 이영남 사장, 인터카드넷 김경진 사장

77학번과 77년생. 여성 경영인으로는 드물게 제조기반의 벤처기업인 이지디지탈의 경영자이면서 여성벤처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이영남 사장(43)과 여대생으로 창업에 성공, 인터넷 카드서비스 업체인 인터카드넷을 이끌고 있는 김경진 사장(23)이 공유하는 숫자다.

두 사람이 만난 곳은 각종 기술인증서와 상패가 가득한 이 사장의 집무실. 20대 새내기 사장인 김 사장이 스무살 위의 이 사장을 예우하고 한수 배우겠다는 기대에 찬 얼굴로 들어섰다. 그러자 원숙함과 세련된 차림새의 이 사장이 김 사장의 두 손을 잡으며 반갑게 맞았다. 때가 때니만큼 대화는 먼저 최근 냉각된 벤처업계에 대한 얘기로 시작됐다.

『근본적으로 현재 소위 1세대 벤처기업들이 창업당시 품고 있던 벤처정신과 지속적인 연구개발(R&D) 노력이 부족합니다. 이젠 창업이 쉬워진 만큼 유지·성장시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한 시기입니다.』 벤처기업의 어려움에 대해 이 사장이 벤처인들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각고의 노력과 땀을 흘리는 과정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에 김 사장이 『법인을 설립할 당시 주위의 많은 분들이 비즈니스맵을 보여주며 기업의 성장단계에 대해 조언해줄 때는 정말 창업이 쉽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지만 기업설명회(IR) 당시 부푼 기대에 못미치는 소수 투자자만이 참석해 아이템과 기술만으로는 절대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소 느슨했던 자세를 곧

추세웠던 적이 있었다』라고 말을 받았다.

이 사장은 『창투사들이 벤처기업에 막대한 단기자금을 투자해 단순한 외형불리기를 부추긴 것도 벤처생태계 버블화를 사실상 도왔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과거 기업들이 기업의 고정비용을 줄이려고 다양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것과는 대조적인 기업환경을 만들었다』고 말을 계속했다.

이어 이 사장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벤처CEO와 관계자들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하고 전략제휴·인수합병을 통해 장기적 관점의 비즈니스 플랜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김 사장도 『수익모델을 다져 영업수익을 통한 비즈니스 창출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종상 다소 무관해 보이지만 두 여성 경영인의 대화는 오랜만에 만난 친자매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호흡을 맞춰가며 여성벤처기업에 대한 얘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벤처붐 조성으로 벤처캐피털·엔젤·은행 등으로부터 자금조달이 쉬웠던 김 사장이 이 사장에게 사업을 시작했던 당시 여성기업인으로서 자금난을 어떻게 극복했는가를 묻자, 이 사장은 『자본금 5000만원으로 창업할 당시 집을 담보로 잡히고 정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각오로 뛰어다녔다』며 『당시만해도 여성기업인에 대한 시각은 더 경직된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이 사장은 특히 『여성에 대한 주위의 편견을 잘 극복하면 신뢰 구축면에서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장이 『기존 남성중심 비즈니스문화에 최대한 성실한 자세와 섬세함을 바탕으로 접근해보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고 하자 김 사장은 『먼저 남성중심 문화에서 여성기업인을 단순히 여성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문제지만 결국 기업은 온실보다 들판에서 자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관점이 오히려 비즈니스의 관심을 해외로 돌려 수출을 통한 안정적 수익창출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김 사장이 회사조직을 보다 효율적이고 조화롭게 운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하자 이 사장은 『CEO는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한 뒤 책임을 져야 하고 각 하부조직의 리더에게 롤(role)과 룰(rule)을 제시해 상호보완적 관계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서로의 생각과 비전을 공유하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사람은 최근 여성벤처기업인의 창업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에 따라 이들간 사업협력과 인적자원을 잇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부분에서도 뜻을 같이했다.

『최고가 아니면 생존하기 어려운 벤처생태계에서 여성이 가진 섬세한 능력을 묶을 수 있는 인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21세기 세계 경제는 디지털경영시대에서 나아가 디자인경영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 사장은 모든 것을 조화시키는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필요한데 여기에 여성벤처인이 참여해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자 김 사장도 『얼마전 여성 벤처기업협회 모임에서 많은 선배 경영인으로부터 따스한 격려와 조언을 듣고 큰 힘이 됐다』며 『이제는 여대생 벤처CEO라는 주위의 호기심을 넘어 선배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한 전문경영인으로 올라서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영남 사장과 김경진 사장은 마지막으로 벤처업계에서 여성벤처인의 올바른 위상정립과 발전에 기여하고, 여성이라는 공통분모위에서 벤처의 지속적 발전이라는 분자를 키워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약력>

(이영남 사장)

△57년 9월 3일 출생

△81년 부산 동대학 졸업

△81∼84년 광덕물산

△88년 이지디지탈(구 서현전자) 설립

△2000년 KAIST테크노경영대학원 수료

(김경진 사장)

△77년 11월 8일 출생

△98년 인터카드넷(구 카드코리아) 설립

△2000년 중국 합작법인 카드차이나 설립

△2001년 2월 이화여대 정보통신학과 졸업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