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일본에서 열린 정보통신 전시회 「시텍(CEATEC)2000」에서는 백색가전을 전력선을 이용한 인터넷으로 연결해 홈오토메이션을 구현하는 기술이 선보였다. 그 이름은 「에코넷(EcoNet)」. 경제성을 뜻하는 이코노미와 인터넷을 의미하는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은 합성어다.
최근 인터넷을 이용해 각종 가전제품을 컴퓨터와 연결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특히 TV나 VCR·오디오 등 멀티미디어 기기를 컴퓨터와 결합하는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고 있다.
반면 냉장고나 세탁기·에어컨 등 소위 백색가전은 상대적으로 인터넷에서 소외되고 있다. 인터넷 냉장고나 인터넷 세탁기같은 제품들이 간혹 선보이고는 있지만 이것은 소형 컴퓨터를 백색가전 속에 넣고 전화선을 통해 인터넷과 연결하는 기계적 결합 이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백색가전이 인터넷과 만나 얻게 되는 실질적인 장점은 홈오토메이션이다. 인터넷 세탁기가 인터넷으로 새로운 세탁방식을 다운로드받고 인터넷 냉장고의 LCD 모니터를 통해 음식 조리법을 볼 수 있는 것이 일차적인 장점이라면 집밖에서 이동전화나 노트북 등 모빌 컴퓨팅 기기를 이용해 가정내 백색가전을 제어하는 것은 보다 실질적인 혜택이다.
하지만 모든 백색가전에 인터넷을 연결하기 위해 전화선이나 전용선을 끌어오기에는 집의 네트워크 공사를 다시 해야 할 정도로 부담되는 작업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에코넷이다.
에코넷의 특징은 전력선을 통한 인터넷 연결. 따라서 별도로 인터넷을 위한 네트워크 공사를 하지 않아도 전원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는 것만으로 인터넷에 연결된다. 이를 위해 가정 내에 일종의 웹서버와 허브 역할을 하는 게이트웨이 컨트롤러를 설치하고 전원 플러그에 인터넷 연결을 위한 칩세트를 포함시키면 된다. 즉 전화선이나 전용선을 이용해 백색가전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방식에 비해 비용이 훨씬 절감될 뿐만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도 복잡한 설정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에코넷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97년. 백색가전 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미쓰비시, 마쓰시타, 도시바, 히타치 등 4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에코넷 개발을 처음 선언했다. 그 후 전력선 인터넷 기술이 발달됨에 따라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고 올해 초 처음으로 1.0 버전의 사양을 발표했다.
에코넷은 노텔이나 알카텔 등이 개발하고 있는 전력선통신기술(PLT:PowerLine Telecommunication)과 달리 전송속도가 빠르지 않다. PLT가 현재 1Mbps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내년 중에 5Mbps급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는 달리 에코넷의 전송속도는 36Kbps급이다.
그 이유는 PLT가 동영상 전송 서비스처럼 멀티미디어 데이터 전송에 초점을 맞춘 데 비해 에코넷은 백색가전의 제어에만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코넷은 PLT와 다른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며 상용화도 빨리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시텍2000에 에코넷 관련 제품을 전시한 업체는 미쓰비시와 마쓰시타로 미쓰비시는 외부에서 이동전화를 이용해 에어컨을 작동시키고 소형 카메라로 실내를 촬영한 결과를 이동전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마쓰시타도 이동전화로 작동되는 에어컨과 무인 경비 시스템을 전시했다. 미쓰비시는 에코넷 관련 제품을 내년 1월 중 상용화할 계획이며 마쓰시타는 내년 4월로 제품판매를 예정하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