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와 현대반도체(구 LG반도체)의 통합법인 출범이 14일로 꼭 1년을 맞는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추진한 산업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사례인 반도체 통합은 과연 성공했는가.
통합 1주년을 점검했다.
◇절반의 성공
현대전자는 세계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23.3%에 이른다고 밝혔다. 통합 전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점유율은 각각 11.9%, 9.2%였다. 또 생산능력도 통합 전의 월 15만개에서 35만개로 늘어났으며 덩달아 매출도 70% 이상 늘어나 올해 70억달러 이상을 달성할 전망이다.
현대전자는 높아진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마이크론·NEC-히타치 등과 세계 D램 시장을 과점하면서 시장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현대전자는 이같은 외형적인 성공보다 내실을 갖추게 됐다는 점을 중시한다.
통합 전 12조3000억원에 이르던 차입금 규모를 지난해말 9조4000억원으로, 지난 6월말에는 8조5000억원으로 떨어뜨렸다. 올 연말께에는 7조7000억원 수준으로 낮출 계획.
또 90%를 웃돌던 D램 의존도가 80%로 떨어져 사업구조도 안정화하고 있다. 50%에 불과했던 장기계약 고객의 비중도 통합 후 80% 이상으로 증가했다.
특히 현대전자는 신제품 개발기간이 통합 전에 비해 6개월 이상 앞당겨져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거두게 됐다고 밝혔다.
통합의 빌미였던 중복 투자나 대규모 투자에 대한 위험성 대폭 줄였다는 게 현대전자의 주장이다.
◇성패 여부는 지금부터
현대전자는 불과 1년 만에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통합이 성공했다고 자평하나 외부의 시각은 아직 유보적이다.
실적호조는 사실 지난해말부터 불어닥친 호황에 힘입은 바 크기 때문이다. 운이 좋았을 뿐 아직 통합법인의 역량을 검증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가장 중요한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그동안 통합과정에서 상당수 엔지니어들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공백을 현대전자가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현대전자는 인력이 유출된 것은 사실이나 핵심인력을 그대로 보유해 차세대 제품개발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통합법인 임직원들의 이질성 극복도 또다른 과제다. 현대와 LG는 사뭇 다른 기업문화를 갖고 있어 그동안 임직원들 사이에 적잖은 마찰이 있었다. 1 대 1 통합이었음에도 불구, 「점령군」과 「피점령군」이라는 시각도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현대전자도 이 점을 인정한다. 그래서 현대전자는 새로운 기업문화의 창출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려 한다.
박상호 반도체 부문 사장은 『양쪽의 문화를 놓고 좋은 점만을 뽑아내 강요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면서 『양쪽이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을 바탕으로 제3의 기업문화를 창출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전자는 경영·제도·의식·문화 등 전 부문에 걸쳐 혁신을 꾀하는 「BttB(Better than the Best)」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또 그동안 해온 대로 내실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박종섭 사장을 비롯한 현대전자 경영자들은 내심 2003년께 130억달러로 잡아놓은 매출목표보다도 40% 이상의 영업 이익률 달성을 더욱 중시한다.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가격 불안정이 야기되자 이같은 내실경영은 회사 안팎에서 후한 점수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이 지나면 반도체 통합법인의 성패 여부가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