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는 김대중 대통령의 한민족 최초 노벨평화상 당선을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선정으로 현안 당면과제인 경제살리기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관계자들은 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선정으로 핵심 현안을 대북문제에서 금융·기업 구조조정 등 경제개혁에 맞추고 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굿모닝증권 김동준 연구원은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당선이 곧바로 경제개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북관계에 치중했던 정부의 핵심 현안이 경제살리기로 돌아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미뤄졌던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경우 증시에 하나의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3일 폭락하던 증시는 오후 2시 30분경 서울발로 김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면서 단숨에 반등세로 돌아서며 하락폭을 줄이는 양상을 보였다. 이후 노르웨이 오슬로발이 아닌 서울발인 것이 알려지면서 일부 실망 매물이 나오기는 했지만 김 대통령의 수상이 확실하다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면서 서서히 낙폭을 줄여갔다.
이번 주말과 다음주초 고유가 등 대외적인 악재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낙폭과대에 따른 반발매수세가 나선다면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 93년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만델라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당시 3700선대였던 남아공 주가가 수상 이후 1년여 만에 6000선을 돌파했던 사례도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하지만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대외적인 충격을 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동수 동양증권 연구원은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대북문제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겠지만 고유가 등 대외적인 악재가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며 『증시의 기대감은 커지겠지만 기업·금융 구조조정 등 개혁이 차질없이 추진되지 않는 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김상철 연구원은 『분위기상 김 대통령 수상이 국가신임도 상승으로 연결돼 일시적으로 외국투자자들이 국내 투자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국내외의 구조적인 개선없이는 주가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여기에 노벨평화상 발표가 금요일이라는 점도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증시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투자자들이 주말을 보내며 다음주 새롭게 장을 시작하면 노벨상 효과가 크게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