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욱인 저 「디지털이 세상을 바꾼다」 중
정보시대에 앞서 나가려면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서로 만나야 한다. 이것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젊은 세대와 중견세대, 과학과 문화가 만나는 일이다. 광속으로 흘러오는 디지털의 급류에 휘말려 전복되지 않으려면 아날로그의 창조성을 디지털로 계승해야만 한다. 우리는 지금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는 접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접점에 불을 지펴야 한다. 아날로그의 창조력이 디지털 시대로 이어지고 이것이 새로운 창조와 진보의 원동력으로 작동하려면 아날로그의 유연성과 디지털의 속도를 겸비한 새로운 인간의 출현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은 디지털 신도시를 만드는 일도, 정책 지원을 하는 것도, 멀티미디어 단지를 조성하는 일도 아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가교를 만드는 사람을 모이게 하고 만나게 하고 이들이 활동할 무대를 마련해 주는 일이다.(중략)
아날로그는 디지털의 모태다. 서로 나눌 지식과 정보의 창조없이 디지털 참 세상의 도래를 말할 수 없다. 발빠른 사업가의 수완이나 정치가의 제스처 정도로 이루어질 디지털 세상이라면 그건 우리의 진정한 관심을 끌지 못한다.
메모: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고 가상공간의 삶이 우리 실생활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끔씩 가상공간이 별세계처럼 과대포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도 엄연히 아날로그적 가치가 존재하는 현실 세계의 일부분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일상적 삶이 엮어내는 자그마한 실천과 구체적인 일상사의 모음에 불과하다. 아날로그적 실생활을 벗어난 디지털 세상은 바람직하게 존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