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으로 가는 e비즈니스>8회-美 팜비드닷컴-루스터닷컴

미시간주 그랜드래피드에서 30년 동안 농업에 종사한 존은 2000년 9월, 오전 6시 컴퓨터를 켜고 기상상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그리고 집과 목장간 근거리통신망 LAN을 통해 소들의 움직임을 화면으로 살펴본다. 오전 10시쯤에는 다시 인터넷에 접속해 얼마전 채팅으로 사귄 에드워드에게 고장난 트랙터의 수리 방법을 가르쳐 주고 수시로 경매사이트에 들어가 쓸만한 농기계가 있는지 살펴본다. 오후 1시에는 미시간 농부협회의 영상회의에 참석한다. 오후 7시 30분에는 인터넷으로 예매해둔 입장권으로 다운타운 랜싱에서 열리는 연극을 관람하고 오후 9시 30분 온라인 금융 시스템을 이용해서 농장 전체의 회계를 파악한다.

위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미국 농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생산-가공-판매의 새로운 유통질서와 이를 통한 디지털 패러다임이 미국 농부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농부들에게 인터넷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 주고 있는 곳은 미국 최대의 농업 포털 사이트인 팜비드닷컴(http://www.farmbid.com)과 대기업들이 참여한 농산물 e마켓플레이스인 루스터닷컴(http://www.rooster.com)이다. 두 농업 사이트는 국내 농업인뿐 아니라 전자상거래 종사자들이 한 번쯤은 참고해야 할 만한 곳이다.

팜비드닷컴은 지난 99년 7월, 농부들의 커뮤니티로 출발했으나 현재 매월 평균 600만이란 접속횟수를 기록했고 지난해 말까지 등록회원수만 6만5000명에 이르는 미국의 대표적인 농업 포털 사이트로 자리매김했다. 팜비드닷컴이 대기업들의 막강한 공세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농부출신인 사장이 농부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업자이면서 대표이사인 테드 판스워스는 우선 농부에게 친숙한 「농촌 커뮤니티」를 형성하는데 주력했다. 채팅을 통해 농부들끼리 서로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각종 시장정보, 경매서비스, 직거래서비스, 농부를 위한 금융대출정보서비스 등 농업관련 뉴스를 개인 맞춤형태로 제공했다. 또한 피로에 지친 농부들을 위한 재미있는 유머, 게임, MP3 파일 제공 등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까지 가미했다. 이 외에도 농기계, 가축, 수확물 등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농업경매서비스, 농산물 중개서비스 등을 통해 우수한 고객들을 확보, 미국 농업 시장의 최고의 버티컬 포털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올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루스터닷컴은 세계 최대의 농산물 기업인 미국의 카길, 듀퐁, 시넥스하베스트스테이트 등이 동등한 지분으로 투자한 농산물 e마켓플레이스로 오랫동안 농기구분야에서 축적한 브릭앤모타르 특유의 노하우와 막강한 자본을 앞세워 미국 인터넷의 농작물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농업분야에서 동종 업체간의 이같은 협력체제는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앞으로 주문량을 예측해서 농산물이나 농기구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재고 감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소규모의 농업관련 전자상거래 사이트 30여개가 운영되고 있으나 이처럼 농업관련 대기업들이 참여하면서 디지털 농업화의 열기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 농업시장은 8250억달러의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며 하루가 다르게 디지털화 되고 있다. 현재 미국 전체 농부들의 약 35%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고 2004년까지는 약 70%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도 농업시장에 엄청난 인프라와 자본을 투자하며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농업도 디지털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농부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 교육기회 확대, 농업의 정보화 인프라 구축, 농업 정보콘텐츠의 구축이 요구되어 진다.

<박찬수 manager@icgist.com 인터넷컨설팅그룹 컨설턴트/ 오산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