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으로 가는 e비즈니스>9회-日 나추라무

지금 일본 인터넷 비즈니스업계의 중요한 관심 사항 중 하나는 B2C 시장의 수익성 문제다.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의 B2C 관련 기업들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B2C시장에 대한 회의론과 긍정론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시장규모에서 볼 때 일본에서는 B2B분야가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그 하나이고 미국과는 달리 B2C업체 상당수가 오프라인의 채널을 갖고 있는 점을 활용하면 일본의 B2C시장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 나머지 하나다.

결국 일본에서는 그들 나름의 특성을 살리자는 긍정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통산성의 한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99년 여름부터 급격히 신장해온 일본의 B2C 부문 거래 금액은 그해 말에 약 1900억엔이었고 2003년에는 3조1600억엔으로 전자상거래 전체 거래액의 약 11%를 차지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또 일본의 B2C가 성장기로 접어드는 시기는 2001년부터 2002년이 되는데 이 기간 안에 어떻게 전자상거래 환경을 구비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최근 매우 고무적인 온라인 서비스 업체가 탄생하여 일본 B2C 부문 전자상거래 업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낚시, 아웃도어 용품 전문점인 주식회사 나추라무(http://www.naturum.co.jp)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원래 오프라인의 낚시전문 메이커로 출발하여 96년부터 실험적으로 입점 형태의 온라인 서비스를 개시하여 노하우를 축적했고 드디어 2000년 2월 1일 본격적인 낚시, 아웃도어 용품 전문 포털 사이트를 개설했다. 그리고 불과 8개월도 안된 현재 월간 170만 페이지뷰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온라인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들의 성공 뒤에는 4년간에 걸친 B2C 부문의 판매 노하우의 축적이 있었다. 이들은 일본 휴렛패커드와 제휴하여 일본에서 최초로 창고와 실점포 그리고 온라인상점을 연결시킨 POS(Point Of Sales) 리얼타임으로 연동되는 수주와 발주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이 시스템으로 유저들은 실시간으로 원하는 상품의 재고현황과 가격할인, 신제품 정보 등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마니아들을 상대하는 업체답게 이들이 갖춰놓은 상품이 실로 방대하고 실속있다. 밀물, 바다, 호수, 제방으로 나눈 낚시부문의 4개 카테고리와 등산, 캠핑, 사이클, 카누로 묶은 아웃도어 용품의 4개 부문에 걸쳐 그 수가 무려 12만7000여 종에 이른다. 이들 상품은 실제 소비자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기본적으로 배달 당일 혹은 다음날 도착을 원칙으로 한다. 5000엔 이상 주문시 배달료는 전국 어디든 무료다. 회원 가입시 마일리지 포인트와 추가 할인서비스, 메일링리스트 서비스 등의 혜택이 있다. 대금 결제시에는 신용카드 결제 외에도 정보 누출을 꺼리는 고객을 위해 편의점 및 우체국에서도 완전후불제로 금액을 지불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가 인터넷 업계에 던진 또 하나의 파문은 신생 온라인 기업이 오랜 전통의 오프라인 모기업 매출을 능가했다는 것이다. 올해 7월 한달 동안 온라인 매상이 2400만엔으로 전년대비 240% 증가한데 비해 실점포의 매상은 월 1500만엔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이들은 오프라인 매장 면적을 기존의 3분의 2 수준으로 축소시키고 종업원도 온라인 담당 사무쪽으로 이동해서 배치시키는 등 매우 이례적인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이처럼 마케팅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게 된 배경에는 인터넷 마케팅에서 말하는 20 대 80의 법칙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었다. 충성도 높은 소수의 우량 고객이 대부분의 매상을 올려준다는 사실이 이 사이트에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소수의 목소리를 파악하는데 전력했다.

얼마전 메릴린치증권사가 발표한 인터넷기업관련 보고서는 닷컴기업들에 엄중한 경고를 내리고 있다. 현재 미국 나스닥에 등록된 400여개의 인터넷기업 중 75%가 향후 5년 내에 단 한푼의 이익도 내지 못한 채 사라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이 그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인터넷 기업들이 일본의 나추라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열악한 자본과 인프라 속에서 양적팽창 위주의 성장을 추구하기 보다는 대상 고객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들에게 편리한 쇼핑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창준 cjkim@icgist.com 인터넷컨설팅그룹(ICG)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