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2000]경제공동체 서울 대축제 시작됐다.

「새천년 번영과 안정의 동반자 관계로」.

오는 20·21일 양일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25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는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참가국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새천년 전세계의 관심사가 정보인프라를 통한 개방적인 다자간무역체제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번 ASEM은 기존 경제·정치·안보 및 사회·문화 등을 포괄하는 체제에서 회원국들의 공통관심사인 경제분야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중국의 WTO가입, 남북한 긴장완화에 따른 동아시아·유럽간의 상호보완적인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동체로서 아시아·유럽간 협력이 본궤도에 오르는 전기가 될 이번 회의에서는 양 지역을 연계하는 정보인프라 구축이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보인프라 구축은 인적·물적 네트워크는 물론 상대지역이나 국가의 정부정책에 대한 상호이해를 통해 과거보다 훨씬 개방적인 지역주의체제로의 전환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를 통해 역내 회원국들간의 교역 및 투자에 있어 각 회원국이 안고 있는 고민들을 풀어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제1차 방콕회의의 경우 ASEM 산하 각종 장관회의 및 후속조치 등을 승인하고 착수하는 단계에 머물렀으며 제2차 런던회의 때에는 아시아지역의 금융위기와 유럽의 유로화 출범 등으로 역내 문제에 치중하느라 경제문제에 있어 실질적인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번 3차 회의에서는 ASEM의 중장기 발전방향을 제안하고 있는 「아시아·유럽 비전그룹 보고서」와 단·중기 협력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아시아·유럽협정2000」을 절충한 「아시아유럽협력체제(AECF)2000」을 채택할 예정이다.

향후 10년간 ASEM의 발전방향과 비전을 제시할 기본문서인 「AECF2000」은 신규 회원국 가입에 관한 4개 원칙에 합의하는 한편 비회원국의 ASEM협력사업 참여를 허용, 본격적인 역내외 국가들간의 교류를 확대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가 단독 또는 다른 회원국과 공동으로 제안한 신규 사업은 아셈장학사업(DUO, ASEM Fellowship Programme), 세계화에 대한 회의(ASEM Roundtable on Globalization), 정보격차해소사업(Initiative to Address the Digital Divide), 유라시아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Trans-Eurasia Information Network) 등 4개.

이 중 유라시아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은 지난 3월 김대중 대통령이 유럽순방중 제안한 과제로 제3차 회의를 통해 본격화될 양 진영간 중요한 정보인프라구축사업의 근간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라시아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의 1단계로 우리나라와 유럽을 연결하는 한·EU연구네트워크구축사업이 이번 회의에서 합의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연구전산망인 KOREN(Korea Research Network)과 유럽 각국의 연구시험망인 TEN(Trans European Network)-155를 연결하는 한·EU연구네트워크는 향후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연구시험망인 아시아태평양정보통신인프라(APII) 테스트베드와 연결, 아시아지역 국가들이 이를 통해 EU 각국의 연구시험망을 접속해 활용할 전망이다.

KOREN은 서울과 대덕연구단지를 연결하는 622Mbps급의 초고속연구시험망으로 현재 ETRI·KAIST 등 38개 연구기관이 연결돼 있으며 TEN-155에는 유럽 역내 19개 나라의 연구기관들을 155Mbps로 연결하고 미국·이스라엘·일본의 연구망과도 연결돼 있다.

한·EU간 연구시험망이 구축되면 아시아 국가들은 개별적으로 EU연결망을 구축할 필요없이 한·EU연구시험망을 이용해 경제적인 접속이 가능하며 EU의 연구기관과 아시아 국가간 공동연구과제 수행 및 원격실험·원격교육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정보인프라 구축은 역내 후발개도국의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며 이를 통해 양 지역의 상호보완성을 최대한 활용해 산업별로 시너지 효과가 큰 분야의 기업간 전략적 제휴, 합작법인 설립 등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자동차·화학 등 일부 분야에서 경쟁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럽의 금융·뱅킹, 소비재, 우주항공 등의 경쟁우위부문과 가전·정보통신 등 아시아 국가들이 비교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분야간에 서로 보완적인 제휴체제를 구축하는 등 실무급 장관회담에서 교류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될 예정이다.

여기에 두 지역간 정보·통신 협력, 국가간 정보·통신 기술격차(디지털 디바이드) 해소문제, 글로벌화로 인한 개도국과 선진국간 빈부격차 해소문제 등을 중점 논의해 ASEM의 구체적 사업으로 채택하고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공급방안, 두 지역간 학생·교수 등의 교류방안 등도 나올 예정이다.

또 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한 협력방안과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간무역체제 강화와 개방적 지역주의 확대문제도 의제에 올라 있다.

특히 최근 남북한이 착수한 경의선복원사업의 경우 ASEM의 철의 실크로드 구축사업의 하나로 이를 통해 아시아·유럽간에 무역 및 인적교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아시아·유럽간 상호 이해증진을 위해 ASEM문화축제·노동포럼·ASEM교육협의회 등 양 지역의 다양한 네트워크 구축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제3차 ASEM을 통해 우리나라가 아시아·유럽간 협력 발전에 기여하고 이를 외교목표 달성 기회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6·15남북공동선언과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이번 회의를 통해 대북 포용정책 등 우리나라의 외교정책에 대한 ASEM 회원국의 지지를 확보하고 ASEM 회원국과의 무역·투자 등 실질협력관계를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대규모의 다자간 정상외교 행사를 통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국가 신인도를 제고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와 ASEM 국가들과의 총 교역량은 1251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교역량의 47.5%를 차지했다. 대 ASEM지역 수출은 672억달러로 총 수출액의 46.8%를 수입은 579억달러로 총 수입액의 48.3%를 기록했다. 지난 95년 이후 수출은 연평균 2.7% 늘어난 반면 수입은 연평균 4.1% 감소했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우리나라의 ASEM 회원국간 교역규모는 우리나라 총 교역의 60.2%를 차지했으며 무역흑자만도 117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ASEM 국가들의 대한 직접투자는 102억5000만달러로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65.9%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ASEM 국가에 대한 직접투자는 11억7000만달러로 전체 해외투자의 26.8%였다.

외교통상부의 고위관계자는 『동아시아지역의 대 EU 무역수지 흑자가 늘고 있어 EU가 과거의 보호주의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다』고 말하고 『대화중심의 ASEM을 통해 양 진영간의 이해를 높여 보호주의의 압력을 완화하는 데도 초점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ASEM이란

90년대 냉전종식 이후 국제 정치질서가 다극화하고 경제적으로는 미국·유럽·동아시아로 나뉘는 3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미묘한 국제 역학관계의 형성으로 출범했다.

어떤 행동강령이나 정책합의를 위한 모임이라기보다는 정치·경제 등 포괄적인 지역간 협력을 도모하는 회의로 정상회의에서 정해진 큰 틀에 따라 외무·경제·재무·과학기술 분야 장관 회의가 매년 열리고 있다.

ASEM은 현재 말레이시아·베트남·브루나이·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 등 아세안(ASEAN) 7개국과 한국·중국·일본 등 3개국 등 아시아지역 10개국에다 유럽연합(EU)에 속해있는 영국·독일·이탈리아 등 15개국 그리고 EU집행위를 포함, 26개국 멤버로 구성돼 있다.

보통 국제회의에서는 논의할 사항이 분명히 공시되는 것이 관례지만 ASEM같은 정상회의에서는 각국 정상들이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의사교환을 하도록 하기 위해 「예시」라는 단서를 달아놓고 있다.

이번 서울회의의 경제분야에서는 △세계무역기구 중심의 다자간무역체제 강화와 개방적 지역주의 확대 △지식·정보화 및 세계화 시대의 협력 강화 △금융안정 및 경제위기 재발방지를 위한 협력 △석유 등 에너지 공급안정을 위한 협력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강화 등이며 학생교류, 빈부격차 해소 및 사회안전망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각국 정상 이외에 장관 등 각국 대표단 1200명, 기자단 1200여명, 각국 경호원 200여명, 경제인 수백명 등 총 참가인원이 3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여 국내 기업들에는 기업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