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색다른 성인 만화영화(애니메이션)를 보기 위해 TV 앞에 모여드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성인용이라고는 하지만 야하거나 폭력적인 지금까지의 성인만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최근 코미디채널이 방영에 들어간 「쇼킹 패밀리」 제 3화의 제목은 「생일날 혹은 제삿날」.
막내 아들의 첫돌 생일파티를 위해 이벤트 회사를 찾은 주인공은 터무니없는 실수를 연발, 생일파티 대신 서커스단을 마당에 불러들이는 엉뚱한 사고를 저지른다.
겨우 한살짜리 막내는 출생때 본 흰옷의 킬러(의사)가 자신을 다시 자궁 속으로 집어넣으려 한다며 테러를 계획하고 친구가 없는 사춘기 누나는 겨우 친구를 사귀지만 알고 보니 사이비 종교집단의 일원.
친구는 휴거를 기다리며 청산가리 등 독극물을 주재료로 한 음료수를 태연히 만든다.
어쩌면 황당무계한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배꼽을 쥐고 웃다보면 어느 새 스트레스가 다 사라져 버린다.
코미디 채널은 쇼킹 패밀리 외에 미래로 간 피자 배달원의 좌충우돌식 해프닝을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을 통쾌하게 꼬집는 「퓨처라마」도 방영하고 있다.
투니버스는 지난 9월 미국 샐러리맨의 일상을 담은 「딜버트」를 시작으로 가정과 직장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영국 소시민의 삶을 풍자한 「에릭은 괴로워」, 평범한 부부 사이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밥&마가렛」 등을 방영하고 있다.
유료채널 HBO도 최근 국내에도 잘 알려진 직설적이고 엽기적인 만화 「사우스파크」 2부 방영에 들어갔다.
케이블TV에서 만날 수 있는 이러한 성인 애니메이션은 총 7편 정도로 지난 6월 투니버스가 고정 편성하면서 오락 채널을 중심으로 서서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게 나타나자 후속시리즈를 수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주 1∼3회 방영되며 밤 9시 30분부터 자정까지의 심야 시간대에 주로 편성돼 있다.
에로틱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거의 없는 이들 미국과 유럽의 애니메이션들이 성
인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만화라는 장르를 택하고는 있지만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사실적인 내용들을 진지하면서도 코믹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엽기적」이라고 표현되는 이유도 화면밖의 현실을 지나칠 정도로 적나라하게 반영함으로써 보는 이의 뒤통수를 친다.
등장인물들 역시 잘난 사람이라기보다 무언가 모자라고 억눌린 현대 직장인이나 가족의 자화상이다. 과장되기는 했지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기에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
일부에서는 그동안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사랑받던 이들 성인용 애니메이션이 두꺼운 시청자층을 확보하게 되면서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가 강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제 막 색다른 성인만화에 빠져든 시청자들은 심의권을 갖는 방송위가 보다 현명하게 대처해 주길 바라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