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에서 빠질 수 없는 약방의 감초가 방청객이다. 출연자가 그럴듯한 말을 꺼내면 『와!』하고 분위기를 돋우기도 하고, 좀 썰렁한 이야기를 한다 싶으면 『우!』하면서 야유를 보내기도 하며, 우스운 이야기를 하면 깔깔깔 마구 웃어대서 분위기를 확 살려준다. 방청객은 이제 진행자와 초대손님에 이은 제3의 출연자 자리를 확고히 잡았다 하겠다.
그러나 방청객들의 반응은 자발적인 것도 있지만, 널리 알려진 것처럼 주로 진행요원들에 의해 유도되거나 심지어 이럴 때는 이렇게 웃고 저럴 때는 저렇게 박수치라고 사전에 교육을 받기도 한다. 소위 말해 훈련된 방청객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프로그램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의지로 참여하는 방청객들이 있다. 「열린음악회」 「이소라의 프로포즈」 「개그콘서트」 「뮤직뱅크」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신들이 즐기려고 자발적으로 오는 방청객들과 방청료를 받는 직업 방청객들과는 그 분위기가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방청신청은 대부분 인터넷이나 PC통신으로 받는데 일단 정상 궤도에 올라서면 히트하는 경우가 많다.
「이소라의 프로포즈」가 자발적 방청객들로 대성공을 거둔 이후 인터넷과 PC통신으로 자발적인 방청객을 끌어들이려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났다. 자발적 방청객들과 함께 하면 소극장처럼 자연스럽고, 분위기 좋고, 진행요원 고생 안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PD 입장에서는 돈 안들고 인기도도 높고 해서 너도 나도
시도해 보았지만 성공한 프로그램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소라의 프로포즈」는 인터넷과 PC통신을 통해 방청신청을 받은 최초의 TV프
로그램 중 하나로 자발적 방청희망자가 회당 3000명, 누적 방청 신청자가 3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도 처음에는 방청객 모집에 몹시 애를 먹었다. 당시 인터넷과 PC통신을 통해 방청신청을 받는 일을 우리 회사가 맡아 했는데 첫회에 신청자가 1000명에 육박, 대성공을 거둔 것 처럼 보여 모두를 흥분시켰다.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객석이 200석 정도니 5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셈이다. 그러나 막상 녹화 당일 날 방송에 참여한 방청객은 단 열여섯명. 담당 PD는 사색이 되고 필자와 당시 작가들은 여의도 광장으로 달려나가 자전거 타며 한가한 오후를 즐기고 있는 위락객들을 방청객으로 꼬시느라(?) 그야말로 눈썹이 휘날리도록, 발바닥에 땀나도록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첫 시도는 항상 어렵다는 사실을 신혼여행 이후 두번째로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TV넷 커뮤니케이션즈 대표(http://www.tvnet.co.kr)